Search results

'-'에 해당하는 글들

  1. 2013.11.05  [사나아라] 2
  2. 2013.11.04  [사나아라] w.by ziso
  3. 2013.11.04  [사나아라] 1
  4. 2013.11.04  다른커플 굿바이
  5. 2013.10.17  [사나메이] 친해요

 

단번에 간파 당했다. ‘머리 나쁘지?’ 아마 그걸 함의하고 있을 터다. 그러나 기분 나쁘기는커녕 그의 눈썰미란 참으로 대단한 것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 오히려 훨씬 연장자 앞에서 멋대로 웃음을 터뜨리기에는 별로 좋지 않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또 다시 그 상황으로 돌아간다 해도 사나다는 똑같이 웃어버릴 것이다. 웃음은 잘 참지 못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무례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곧장 멈추고 미안합니다.’하고 사과했다. 훈계라도 할 셈인가 싶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의외로, 그런 건 개의치 않는 다는 얼굴로, 교설 대신-사실 그 보다는 사나다의 웃음에 대해서 어떠한 생각도 하지 않은 것처럼-금방 앞으로 나아갈 것 같던 몸을 완전히 돌려 사나다에게 손을 내밀었다. 제법 위계가 없는 감독이다. 물론 격이 없는 건 야쿠시고교의 토도로키감독에도 해당되는 것이었지만 둘에게서 받는 느낌이란 상당히 다르다. 사나다는 내밀어진 아라키감독의 손을 잡기 위해 땀이 축축이 차오르기 시작한 손바닥을 유니폼에 문질렀다. 그 사소한 행동마저도 아라키는 빠뜨리지 않고 읽어내리는 것 같다. 정적이지 않은 그의 눈길이 다시 사나다의 얼굴로 올라왔다. 불꽃이 튀는 대신 조금 습하게 차오르던 공기가 얼었다. 그보다도 얼음장 같은 아라키의 손바닥이 닿자마자 사나다의 머릿속에는 시답잖은 생각이 둥실 떠올랐다. 손이 찬사람 마음이 따뜻하다고 했지.

좋은 손이네.”

그가 가볍게 손을 쥐었다가 놓은 것이 다가 아니다. 마지막에는 사나다의 중지가 그의 손가락에 의해 훑어졌다. 찰나여서 그저 스침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라키 감독은 묘한 표정과 말을 남겼다. 그 탓에 사나다는 혼자 동동 떨어진 제 손을 살짝 쥐고, 엄지로 그 손가락을 쓸며 그는 역시 꽤나 이상한 흐름을 가졌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아라키는, ‘슈트의 흔적이 남았군.’이라고 중얼거릴 뿐이다. 그것은 딱히 사나다를 향한 말이 아니었고, 의도된 중얼거림도 아니었다. 아마 그는 자신의 생각을 그저 흘려보내는 타입 일 뿐이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다시 인사를 건넬 것 같은 얼굴이다. 이쯤에서 사나다는 또 한 가지를 생각한다. 생각보다는 말이-많은 사람이다. 그 탓에 평소와는 다르게 시끄럽고 바쁘게 사나다의 머릿속이 굴러간다. 처음 이야기를 나누는, 아라키 이치로 감독의 데이터를 바삐 입력하고 있는 것이다.

반대블록에서 떨어지지 말고 올라와.”

아라키는 이제 여유로워진 손으로 사나다의 어깨를 가볍게 톡 하고 두드렸다. 첫 만남에 가벼운 두 번의 스킨십이라. 마치 33연승을 셈할 때와 같이 그것은 즉각적으로 사나다의 머릿속에 들어앉았다.

라져.”

 

*

 

줄무늬가 없어질 정도로 흙바닥에서 구른 야수들보다야 훨씬 양호하지만, 조금 추워진 날씨 탓에 다리가 신경 쓰였던 것인지 연습시합 내내 삐거덕거리던 사나다 역시 결국 강습타구를 글러브에 맞으며 마운드 위에서 구르는 바람에 내내 깨끗했던 유니폼이 갈빛으로 지저분해 졌다. 비가 오지 않아 말라있던 흙먼지가 크게 일었던 탓인지 한걸음에 달려온 내야수들에게 걱정보다 더 많은 욕을 얻어먹는 바람에 뻘쭘 해 하면서 유니폼을 털었다. 토도로키 감독은 미처 그것을 보지 못했고, 사나다는 그 틈에 잽싸게 일어난 것이다. 다행히 직접 맞은 것은 아니지만 손등 쪽으로 날아온 공을 쳐낸 탓에 제법 얼얼하게 울린다. 아무래도 8강 경기가 코앞이니 무리하는 것은 좋지 않겠지. 결국 타월을 던졌다. 그제야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감독은 교체를 허락해주고 크게 사나다에게 손짓했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꽤나 면식이 있는 여기자가 서 있었다. 글러브를 옆구리에 끼고 부름에 달려가는 내내 사나다의 시선은 여기자를 향했다. 그의 기억이 맞는다면 아마, 그녀는 16강 전 인사하던 무리와 같이 아라키 감독의 곁에 서 있었던 것이 틀림이 없다.

무슨 소란이냐, 사나다.”

불찰이었습니다. 글러브로 토스했어요, 하하.”

웃을 정도로 멀쩡하냐? 그럼 됐고.”

건강 체크인 것인지 눈대중으로 사나다의 왼 손을 한번 살펴 본 토도로키 감독이 벤치에서 일어나 운동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곧바로 괴성이 가득 터졌다. 사인은 그의 아들인 라이치에게로 내려진 참이다. 갑작스러운 비명에 놀란 기자가 어깨를 움츠리는 것에 빙긋 미소를 지어보이면서, 사나다는, 손바닥을 쫙 펴 그녀의 앞에서 팔랑팔랑 흔들었다. 조금은 들뜬 얼굴로다.

기자누나. 도립 오우야의 아라키 감독 명함, 있어요?”

 

 

'2D'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나아라] 3  (0) 2013.11.07
[테츠미유] 소란  (0) 2013.11.06
[사나아라] w.by ziso  (0) 2013.11.04
[사나아라] 1  (0) 2013.11.04
[사나메이] 친해요  (0) 2013.10.17
[사나아라] 2 :: 2013. 11. 5. 00:37 2D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내용을 보시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누구였더라.”

홑꺼풀인데도 매섭지 않은 눈이 유심히 훑었으니 사나다의 머리위에는 당연히 물음표가 뜰 수밖에 없었다. 스쳐가는 한 순간이었지만 그건 분명히 유심히였다. 어깨를 부딪쳐 놓고 웃으면서 쏘리 한 마디를 한 채, 그는 금방 팔짱을 끼고 사나다를 스쳐 지났다. 그 짧은 틈에 모자까지 벗고 , 죄송합니다.’하고 사과를 한 사나다와는 사뭇 다른 태도다. 그것이 기분이 나빴던 것은 아니지만 상대의 시선이 분명하게 저를 살핀 탓이다. 사실 누구였더라도 아니고 전혀 처음 보는 얼굴이다. 도쿄도 안에 있는 오우야 고교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헌데 사나다의 머릿속에는 그의 데이터가 없다. 원래도 눈썰미가 좋거나, 기억력이 좋은 편인 것은 아니지만은. 아무리 그래도 제법 연식이 있어 보이는 얼굴이었으니 바가지 머리를 한 투수가 먼저 떠오를 리가 없다. 의문부호가 꽉꽉 머릿속에 차오르는 사이 그 남자가 스쳐지나가 버린 것이다. 사실 그게 누구든, 원래라면 그다지 신경 쓰지도 않았을 것을, 이상하게 자꾸 떠올리려 한다. 버릇대로 엄지를 윗입술에 댄 채 곰곰이 생각해 보던 사나다는 이내 뭐야 하며 고개를 저었다.

 

*

 

16강 경기가 종료되고 나오는 길에 다시 그 남자를 발견하고서야 사나다의 의문이 풀렸다. 똑같은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그를 향해 고개 숙이는 것을 본 직후의 일이다. 그럼 그렇지 하며 손바닥을 짝 하고 맞댔다. 아라키 이치로 그 남자는 분명 사나다와 구면이었다. 몸의 부딪침 없이 눈이 맞고 나서 불현 듯, 그것이 떠올랐다. 그다지 좋은 인연은 아닌 터라 헛웃음이 터졌다. 눈까지 맞았으니 그냥 무시하는 것은 예가 아니기에 인사를 할까 생각하며 볼을 긁적였다. 그러나 제법 멀어서 또 무시당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의외로, 그는 선수들을 돌려보내고 나서 사나다를 향해 걸음을 걸었다.

야쿠시 고교, 릴리프. 사나다 슌페이.”

인사할 타이밍을 빼앗긴 것은 거리가 가까워지기도 전이다.

그래도 실질적인 에이스라는 건 다들 아는 사실이고.”

하하. 안녕하십니까, 아라키 감독.”

어라. 너도 날 알고 있구나?”

얼핏 이야기 하는 걸 들었거든요. , 염탐은 아니었습니다. 절대로.”

웅성거리는 무리 속에서 그의 이름을 들은 것은 사실 조금의 노력이 더해졌기 때문이었다. 능숙하지 않은 거짓말을 한 사나다의 불안정한 시선이 그의 얼굴을 떠나 발끝부터 훑어 올라올 때 까지, 아라키쪽에서 시작된 눈길은 떨어지지 않았다. 왜일까. 짧은 순간에 느껴지는 큰 부담에 사나다는 시합을 위해 풀어두었던 맨 윗단추에 손을 댔다. 그때 또 아라키는 팔짱을 꼈다. 그리고 사나다로부터 반쯤 몸을 돌렸다. 별 다른 이야기도 나누지 않은 채로 곧이라도 그 자릴 떠날 생각인 것처럼.

그럼 좀 더 위에서 만나자고.”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여운이 남지 않는 목소리라고 생각하던 찰나, 아라키가 절반 남은 몸을 멈추었다.

궁금해 할 것 같아서 말해주는데, 너의 슈트도 연구대상이었거든.”

익히 들었을 슈트, 그리고 새로이 던지기 시작한 커터도 그는 이미 알고 있다고. 도립고교의 정보와 분석은 제법 훌륭하며 만난다면 만만치는 않을 것이라는 경고까지 더했다. 허나 사나다에게 그의 말이 쉬이 이해되지는 않았다. 분석이라는 것은 야쿠시고교가 별로 선택하는 방법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이었다, 사나다에게는.

궁금했습니다만.”

정보노출을 꺼리는 편도 아닌데다가 아라키와의 대화는 별로 정상적인 흐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같은 템포로 따라가는 것을 놓친 사나다가 난색을 표하자 아라키의 입매가 얍실하게 곡선을 그린다.

사나다 슌페이.”

.”

꼴찌?”

사나다는 곧, 쓰고 있던 모자를 끌어내려 입을 덮었다. 맙소사, 웃음이 터졌다.

'2D'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나아라] 2  (0) 2013.11.05
[사나아라] w.by ziso  (0) 2013.11.04
[사나메이] 친해요  (0) 2013.10.17
[테츠미유] 맨드라미 정원  (0) 2013.09.30
[사나미유] 모르는 척 해주세요  (0) 2013.09.12
[사나아라] 1 :: 2013. 11. 4. 03:49 2D

 

 

내가 이럴라고 다이야를 팠나보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테느님이 나에게 사나다의 오른쪽을 내려주셨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손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34권 사고 비닐 안 뜯은채로 n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있었는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남자가 숨어있었냐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독님 작품에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감독마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제 다이야 덕질 5년만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쵱컾생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약커플,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제가 지금부터 사나아라(슌이치)를 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퓨ㅓㅏㅓㅠㅏㅣㅓㅣㅓㅣㅏ

ㅗ니아ㅓ라ㅓㅣ마ㅓㅁ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개사약이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림을 놓지 말았어야했어 그림스터디 해야겠다..

 

사나미유 사나메이 사나후루 굿바이.......미안하다 호호..

 

 

내가 한 커플을 파다니 이런 경사가^^

 

 

 

 

'memo'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원서뭉텅이가 왔으나..  (0) 2013.12.06
빨리 와라 택배..!  (0) 2013.11.24
놋북 생겼어요  (0) 2013.11.14
~  (0) 2013.10.17
세상에는 재미있는 사약파티 많아요  (0) 2013.09.12
다른커플 굿바이 :: 2013. 11. 4. 02:07 memo

사나다 슌페이x나루미야 메이

 

 


가을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아침부터 열을 뿜어대는 길게 누운 태양 탓에 절로 얼굴이 찌푸려진다. 조금 더 늦장을 부리려다가 손부채질 할 겨를도 없이 하라다의 미트에 엉덩이를 맞은 나루미야가 앓는 소리를 내며 가방 속으로 손을 집어넣는다. 부산히 손을 휘저으면서 유니폼을 찾는데, 곧은길을 두고 굳이 울퉁불퉁한 흙길로 돌아 걷던 사나다를 발견하자마자 냉큼 자리를 피할 준비를 한다. 겨우 찾은 상의를 종이처럼 구겨 손에 쥐고 나서다. 중력 방향으로 양 팔을 길게 아래로 늘어뜨린 사나다가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가 다시 허리를 펼 때 까지 나루미야는 그를 주시했다.

“오늘, 잘 부탁합니다.”

“잘 부탁한다.”

중책을 맡고 있는 탓인지 하라다는 사나다와 눈도 제대로 맞추지 않은 채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문을 넘어 가건물을 빠져나간다. 입구를 열어주었던 사나다가 빛을 등지고 서자, 나루미야는 빠져나갈 길이 없다는 것을 알고 이마를 짚는다. 비록 연습경기이긴 하지만 바로 몇 시간 후면 맞붙을 팀의 중추가 저의 앞을 가로막은 셈이다.

“윽, 시라카와!”

“불러봤자야. 내 뒤에 서지도 마, 별로 네 방패가 되어 줄 생각은 없으니까. 그래도 전력누수는 사양이다 사나다, 군? 아무튼.”

“나 이나시로에 상당히 안 달가운 손님이네.”

“응.”

“시합 전에 남의 팀 진지로 쳐들어오는 게 어디 있어?”

불만스러운 듯 입술만 씹고 있던 나루미야는 업히듯 시라카와의 등 뒤에서 한 마디 거든다. 사실은 조금 구부린 그의 등을 받침대 삼아 턱을 괸 것에 가깝다. 경계한다기보다는 관조하는 것에 가깝던 나루미야의 자세가 무너진 것은 순식간이다. 시라카와는 무거운 나루미야를 털어내고 허리를 곧게 편다. 두 사람 사이에 끼어있지는 않겠다는 듯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큰 소리가 나게끔, 양 손을 짝 합장하고 순식간에 그 사이에서 빠진다. 가운데에 서 있던 시라카와가 한걸음 물러섰을 뿐인데 사나다와 나루미야 사이에 조금 누그러져 있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 가라앉는다. 마치 서로를 독대하는 것처럼 팽팽한 긴장감이 돈다. 냉랭한 두 사람을 잠깐 쳐다보는 것 같던 시라카와는 이내 흥미가 식은 듯 돌아선다. 미처 챙기지 못한 장비들을 매만지면서 혼자 있는 것처럼, 금세 작은 움직임만으로 경기준비에 몰입한다.

“난 쟤 잘 모른단 말이야.”

“나루미야가 그때 슌이라고 말했어.”

나루미야의 불만은 시라카와를 향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가 아닌 곧장 들려온 사나다로부터의 대답에 나루미야가 입을 닫는다. 평온하게 곡선을 그리고 있던 눈썹이 찌푸려진다. 이상한 낌새를 안 것은 아니겠지만 때맞춰 유일하게 남아있던 시라카와가 나가고 정말로 독대를 하게 된 두 사람은 좀처럼 먼저 말을 꺼내지 않겠다는 것처럼 한 쪽은 팔짱을 끼고, 한 쪽은 엄지로 턱을 매만지며 서로를 쳐다볼 뿐이다. 마운드에서 내려와서는 유독 입체적이지 않은 사나다를 배경에 묻어 지나쳐버리는 것은 아마, 이른 아침 탓이기도 하고 문틈으로 뻗어있는 빛이 전날과는 다르게 충분히 촉촉하게 젖어 들어왔기 때문이다. 황홀경이 펼쳐진 것은 아니다. 그렇다 해도 엷은 햇살이 들어찬 탓에, 곱게 개켜진 유니폼들과 장비들이 부단히 발색한다. 그와 함께 열이 가득 올라 나루미야의 표정은 또 금방 무너지고 만다. 더위에 약하지는 않지만 숨이 막힌다는 느낌은 영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두 사람 치고는 상당히 짧게 정적이 깨진 것은 그 때문이다.

“그건 이름이니까.”

“사나다가 보통이잖아.”

“이름은 슌이고!”

“슌페이.”

“..불러서 불만이라는 거야?”

단단하게 미간에 힘을 주고 있던 사나다가 웃음을 터뜨린다. 단호했던 표정이 금세 풀어지고 조금 경계 없는 얼굴을 한다. 그러고 나서 언제부터 들고 있었는지 알아채지도 못했던 나루미야의 글러브를 양 손으로 잡더니 구부러진 공책을 펴는 사람처럼 앞뒤로 휘어본다.

“아니. 좋아, 나루미야가 슌이라고 부르는 것 말이야. 다른 사람은 그렇게 부르지 않거든.”

“그래 영광이란 말이야, 우리처럼 안 친한데도 내가 슌이라고 불러주는 건!”

가장 예민하고 중요한 장비가 상대의 손에 들려 만져지고 있다는 것이 상당히 신경 쓰인다는 얼굴로 사나다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나루미야는 그러나, 그를 말리지는 않는다. 손을 뻗지 않고서 쉬이 직접적인 저지를 할 수 있을 텐데도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그에 사나다는 생각보다는 섬세하게 매만지나 싶더니 전혀 익숙지 않은 동작으로 제 오른손에 글러브를 끼워본다. 일언반구의 허락이 없었는데도 나루미야는 그를 저지하지 않는다.

“그러게. 우리 안 친하지.”

어렵지 않아 왼 손? 전혀 맥락 없는 말을 뒤에 가져다 붙인 것이 굳이 그 말에 대한 대답을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는 아니었을 테다. 사나다의 그 버릇을 나루미야가 익히 아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인지, ‘어려우면 내가 에이스겠냐.’하고 웃고 만다. 딱 거기까지다. 그 앞의 말은 아마도 신경 쓰지 못한듯하다. 좀 전 까지는 한껏 기분 좋은 얼굴로 웃고 있던 사나다의 한쪽 눈썹이 그믐달처럼 휘어 내려앉는다. 글러브를 낀 채로 손을 두 번 쥐었다 펴고 나서 곧게 나루미야를 본다. 이미 경계태세를 풀고 입을 벌리고 있는 가방을 뒤적거리며 운동장으로 나갈 채비를 하고 있는 나루미야의, 쥐고 있다가 어느새 챙겨 입고 나서 단추도 채우지 않은 하얀 유니폼이 뱅글뱅글 부유하는 바람에 날린다.

“나루미야가 저번에 미유키를 카즈야라고 불렀던 거 같은데.”

“걔는, 카즈야니까.”

“그러면, 음. 나를 슌이라고 부르지 마.”

“뭐라고.”

예상치 못했던 사나다의 말에 나루미야가 굽히고 있던 허리를 편다. 그리고 전혀 알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그를 올려다본다. 생각만큼 차이나지는 않는 키 차이 덕에 시선만 조금 불편하게 위로 향한다.

“미유키랑은 친하고, 나랑은 친하지 않으니까.”

어쩌면 독식하겠다는 태도다. 물론 사나다의 말, 혹은 나루미야의 생각처럼 두 사람의 사이는 딱히 관계 짓기에는 어려울 정도의 거리가 있는 터라 온전히 그런 의도를 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단지 나루미야는 그 말을 듣자마자 매우 언짢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불평할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게 도대체 무슨 상관이야? 게다가 그건 카즛!이 아니잖아. 슌은 슌이고.”

“특별한건 안 친한 정도로 해야겠어.”

원래는 한 마디라도 할 참이었는지 숨을 들이켰던 나루미야가 사나다의 말을 듣자마자 푸슉 내뱉어버린다.

“...성격 진짜 이상하다.”

“하하하.”

내려다보면서 웃는다. 줄곧 나루미야의 갈빛 글러브를 손에 끼고 주먹으로 툭툭 두드리며 제 손에 길들이는 듯 하던 사나다가 글러브를 잡아당겨 빼더니 나루미야의 머리 위에 얹는다. 그러자마자 조금 말랑말랑해 진 것 같은 글러브를 머리에서부터 쭉 잡아끌어 내린 다음에 샐쭉한 표정으로 사나다를 본다. 제 품으로 돌아온 글러브를 사나다 보다는 덜, 정성스럽게 만지작거리면서다. 야생마 같던 눈빛이 조금 누그러들었다.

“이상하고 재미없고 불편해. 근데 합은 꽤나?”

좋다. 굳이 돌려 말하고 싶어 한 것은 아니지만, 좀처럼 어떤 것에 대한 말인지 저도 갈피를 잡지 못한 것 같은 복잡한 표정이다.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액션이 없어도 충분할 정도로. 혹은 그렇기 때문에 더 자연스러운 걸 거다. 나루미야는 어렴풋하게 그것을 짚어 낸 것인지 큰 기복이 없는 사나다의 얼굴을 곧게 본다. 저에 비하면 꽤나 선량한 얼굴이지만 결코 길들여지지는 않은 것 같은 인상의, 착의의, 표정의 남자다.

“어쨌든 간에. 죽인대도 슌이라고 부를 거야.”

“뭐야 나루미야. 제멋대로네.”

어떠한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실로 사나다는 그에 대해 체감하는 것은 없는지 나른한 얼굴을 하고 비어버린 손으로 아까의 나루미야처럼, 손바닥으로 턱을 포개어 받친다. 덜 갖춰 입은 나루미야에 비해 모처럼 멀끔하게 맨 위엣 단추까지 단정하게 채운 사나다가 금방, 입 꼬리를 바짝 올려 웃는 얼굴을 한다. 굳이 한 발로 서서 비틀거리며, 길게 늘어진 스타킹을 양쪽 다 겨우 당겨 신은 나루미야가 대충 스파이크를 구겨 발을 꽂고 선다. 그러다가 서 있기가 영 불편한 것인지 곧장 톡톡 앞 코를 땅에다가 부딪치면서다.

“너도 마찬가지거든? 게다가 릴리프지만 확실하게 에이스는 너야. 뜯어먹을 구석도 많고.”

“난 나루미야랑 다른데. 별로 얻어갈 게 없을 거야.”

“미유키한테 들었어. 너 되게 무서운 얼굴이었다며. 시합만은, 오늘도 그렇게 부탁한다.”

말릴 틈도 없이 쪼그리고 앉아 나루미야의 구겨진 뒤 굽을 손가락으로 잡아 펴 주던 사나다가, 고개를 들어 조금 놀라는 얼굴을 한다. 그러나 사나다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나루미야 역시 당혹스럽다는 얼굴이다.


 

 

'2D'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나아라] w.by ziso  (0) 2013.11.04
[사나아라] 1  (0) 2013.11.04
[테츠미유] 맨드라미 정원  (0) 2013.09.30
[사나미유] 모르는 척 해주세요  (0) 2013.09.12
[사나메이] 안 친해요  (0) 2013.09.04
[사나메이] 친해요 :: 2013. 10. 17. 16:09 2D
open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