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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0.17  [사나메이] 친해요
  2. 2013.09.04  [사나메이] 안 친해요

사나다 슌페이x나루미야 메이

 

 


가을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아침부터 열을 뿜어대는 길게 누운 태양 탓에 절로 얼굴이 찌푸려진다. 조금 더 늦장을 부리려다가 손부채질 할 겨를도 없이 하라다의 미트에 엉덩이를 맞은 나루미야가 앓는 소리를 내며 가방 속으로 손을 집어넣는다. 부산히 손을 휘저으면서 유니폼을 찾는데, 곧은길을 두고 굳이 울퉁불퉁한 흙길로 돌아 걷던 사나다를 발견하자마자 냉큼 자리를 피할 준비를 한다. 겨우 찾은 상의를 종이처럼 구겨 손에 쥐고 나서다. 중력 방향으로 양 팔을 길게 아래로 늘어뜨린 사나다가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가 다시 허리를 펼 때 까지 나루미야는 그를 주시했다.

“오늘, 잘 부탁합니다.”

“잘 부탁한다.”

중책을 맡고 있는 탓인지 하라다는 사나다와 눈도 제대로 맞추지 않은 채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문을 넘어 가건물을 빠져나간다. 입구를 열어주었던 사나다가 빛을 등지고 서자, 나루미야는 빠져나갈 길이 없다는 것을 알고 이마를 짚는다. 비록 연습경기이긴 하지만 바로 몇 시간 후면 맞붙을 팀의 중추가 저의 앞을 가로막은 셈이다.

“윽, 시라카와!”

“불러봤자야. 내 뒤에 서지도 마, 별로 네 방패가 되어 줄 생각은 없으니까. 그래도 전력누수는 사양이다 사나다, 군? 아무튼.”

“나 이나시로에 상당히 안 달가운 손님이네.”

“응.”

“시합 전에 남의 팀 진지로 쳐들어오는 게 어디 있어?”

불만스러운 듯 입술만 씹고 있던 나루미야는 업히듯 시라카와의 등 뒤에서 한 마디 거든다. 사실은 조금 구부린 그의 등을 받침대 삼아 턱을 괸 것에 가깝다. 경계한다기보다는 관조하는 것에 가깝던 나루미야의 자세가 무너진 것은 순식간이다. 시라카와는 무거운 나루미야를 털어내고 허리를 곧게 편다. 두 사람 사이에 끼어있지는 않겠다는 듯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큰 소리가 나게끔, 양 손을 짝 합장하고 순식간에 그 사이에서 빠진다. 가운데에 서 있던 시라카와가 한걸음 물러섰을 뿐인데 사나다와 나루미야 사이에 조금 누그러져 있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 가라앉는다. 마치 서로를 독대하는 것처럼 팽팽한 긴장감이 돈다. 냉랭한 두 사람을 잠깐 쳐다보는 것 같던 시라카와는 이내 흥미가 식은 듯 돌아선다. 미처 챙기지 못한 장비들을 매만지면서 혼자 있는 것처럼, 금세 작은 움직임만으로 경기준비에 몰입한다.

“난 쟤 잘 모른단 말이야.”

“나루미야가 그때 슌이라고 말했어.”

나루미야의 불만은 시라카와를 향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가 아닌 곧장 들려온 사나다로부터의 대답에 나루미야가 입을 닫는다. 평온하게 곡선을 그리고 있던 눈썹이 찌푸려진다. 이상한 낌새를 안 것은 아니겠지만 때맞춰 유일하게 남아있던 시라카와가 나가고 정말로 독대를 하게 된 두 사람은 좀처럼 먼저 말을 꺼내지 않겠다는 것처럼 한 쪽은 팔짱을 끼고, 한 쪽은 엄지로 턱을 매만지며 서로를 쳐다볼 뿐이다. 마운드에서 내려와서는 유독 입체적이지 않은 사나다를 배경에 묻어 지나쳐버리는 것은 아마, 이른 아침 탓이기도 하고 문틈으로 뻗어있는 빛이 전날과는 다르게 충분히 촉촉하게 젖어 들어왔기 때문이다. 황홀경이 펼쳐진 것은 아니다. 그렇다 해도 엷은 햇살이 들어찬 탓에, 곱게 개켜진 유니폼들과 장비들이 부단히 발색한다. 그와 함께 열이 가득 올라 나루미야의 표정은 또 금방 무너지고 만다. 더위에 약하지는 않지만 숨이 막힌다는 느낌은 영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두 사람 치고는 상당히 짧게 정적이 깨진 것은 그 때문이다.

“그건 이름이니까.”

“사나다가 보통이잖아.”

“이름은 슌이고!”

“슌페이.”

“..불러서 불만이라는 거야?”

단단하게 미간에 힘을 주고 있던 사나다가 웃음을 터뜨린다. 단호했던 표정이 금세 풀어지고 조금 경계 없는 얼굴을 한다. 그러고 나서 언제부터 들고 있었는지 알아채지도 못했던 나루미야의 글러브를 양 손으로 잡더니 구부러진 공책을 펴는 사람처럼 앞뒤로 휘어본다.

“아니. 좋아, 나루미야가 슌이라고 부르는 것 말이야. 다른 사람은 그렇게 부르지 않거든.”

“그래 영광이란 말이야, 우리처럼 안 친한데도 내가 슌이라고 불러주는 건!”

가장 예민하고 중요한 장비가 상대의 손에 들려 만져지고 있다는 것이 상당히 신경 쓰인다는 얼굴로 사나다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나루미야는 그러나, 그를 말리지는 않는다. 손을 뻗지 않고서 쉬이 직접적인 저지를 할 수 있을 텐데도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그에 사나다는 생각보다는 섬세하게 매만지나 싶더니 전혀 익숙지 않은 동작으로 제 오른손에 글러브를 끼워본다. 일언반구의 허락이 없었는데도 나루미야는 그를 저지하지 않는다.

“그러게. 우리 안 친하지.”

어렵지 않아 왼 손? 전혀 맥락 없는 말을 뒤에 가져다 붙인 것이 굳이 그 말에 대한 대답을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는 아니었을 테다. 사나다의 그 버릇을 나루미야가 익히 아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인지, ‘어려우면 내가 에이스겠냐.’하고 웃고 만다. 딱 거기까지다. 그 앞의 말은 아마도 신경 쓰지 못한듯하다. 좀 전 까지는 한껏 기분 좋은 얼굴로 웃고 있던 사나다의 한쪽 눈썹이 그믐달처럼 휘어 내려앉는다. 글러브를 낀 채로 손을 두 번 쥐었다 펴고 나서 곧게 나루미야를 본다. 이미 경계태세를 풀고 입을 벌리고 있는 가방을 뒤적거리며 운동장으로 나갈 채비를 하고 있는 나루미야의, 쥐고 있다가 어느새 챙겨 입고 나서 단추도 채우지 않은 하얀 유니폼이 뱅글뱅글 부유하는 바람에 날린다.

“나루미야가 저번에 미유키를 카즈야라고 불렀던 거 같은데.”

“걔는, 카즈야니까.”

“그러면, 음. 나를 슌이라고 부르지 마.”

“뭐라고.”

예상치 못했던 사나다의 말에 나루미야가 굽히고 있던 허리를 편다. 그리고 전혀 알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그를 올려다본다. 생각만큼 차이나지는 않는 키 차이 덕에 시선만 조금 불편하게 위로 향한다.

“미유키랑은 친하고, 나랑은 친하지 않으니까.”

어쩌면 독식하겠다는 태도다. 물론 사나다의 말, 혹은 나루미야의 생각처럼 두 사람의 사이는 딱히 관계 짓기에는 어려울 정도의 거리가 있는 터라 온전히 그런 의도를 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단지 나루미야는 그 말을 듣자마자 매우 언짢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불평할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게 도대체 무슨 상관이야? 게다가 그건 카즛!이 아니잖아. 슌은 슌이고.”

“특별한건 안 친한 정도로 해야겠어.”

원래는 한 마디라도 할 참이었는지 숨을 들이켰던 나루미야가 사나다의 말을 듣자마자 푸슉 내뱉어버린다.

“...성격 진짜 이상하다.”

“하하하.”

내려다보면서 웃는다. 줄곧 나루미야의 갈빛 글러브를 손에 끼고 주먹으로 툭툭 두드리며 제 손에 길들이는 듯 하던 사나다가 글러브를 잡아당겨 빼더니 나루미야의 머리 위에 얹는다. 그러자마자 조금 말랑말랑해 진 것 같은 글러브를 머리에서부터 쭉 잡아끌어 내린 다음에 샐쭉한 표정으로 사나다를 본다. 제 품으로 돌아온 글러브를 사나다 보다는 덜, 정성스럽게 만지작거리면서다. 야생마 같던 눈빛이 조금 누그러들었다.

“이상하고 재미없고 불편해. 근데 합은 꽤나?”

좋다. 굳이 돌려 말하고 싶어 한 것은 아니지만, 좀처럼 어떤 것에 대한 말인지 저도 갈피를 잡지 못한 것 같은 복잡한 표정이다.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액션이 없어도 충분할 정도로. 혹은 그렇기 때문에 더 자연스러운 걸 거다. 나루미야는 어렴풋하게 그것을 짚어 낸 것인지 큰 기복이 없는 사나다의 얼굴을 곧게 본다. 저에 비하면 꽤나 선량한 얼굴이지만 결코 길들여지지는 않은 것 같은 인상의, 착의의, 표정의 남자다.

“어쨌든 간에. 죽인대도 슌이라고 부를 거야.”

“뭐야 나루미야. 제멋대로네.”

어떠한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실로 사나다는 그에 대해 체감하는 것은 없는지 나른한 얼굴을 하고 비어버린 손으로 아까의 나루미야처럼, 손바닥으로 턱을 포개어 받친다. 덜 갖춰 입은 나루미야에 비해 모처럼 멀끔하게 맨 위엣 단추까지 단정하게 채운 사나다가 금방, 입 꼬리를 바짝 올려 웃는 얼굴을 한다. 굳이 한 발로 서서 비틀거리며, 길게 늘어진 스타킹을 양쪽 다 겨우 당겨 신은 나루미야가 대충 스파이크를 구겨 발을 꽂고 선다. 그러다가 서 있기가 영 불편한 것인지 곧장 톡톡 앞 코를 땅에다가 부딪치면서다.

“너도 마찬가지거든? 게다가 릴리프지만 확실하게 에이스는 너야. 뜯어먹을 구석도 많고.”

“난 나루미야랑 다른데. 별로 얻어갈 게 없을 거야.”

“미유키한테 들었어. 너 되게 무서운 얼굴이었다며. 시합만은, 오늘도 그렇게 부탁한다.”

말릴 틈도 없이 쪼그리고 앉아 나루미야의 구겨진 뒤 굽을 손가락으로 잡아 펴 주던 사나다가, 고개를 들어 조금 놀라는 얼굴을 한다. 그러나 사나다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나루미야 역시 당혹스럽다는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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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메이] 친해요 :: 2013. 10. 17. 16:09 2D

사나다 슌페이x나루미야 메이

 

 

“야구. 재미없게 하는 것 같아.”

“하하.”

“근성도 없어 보여.”

“하하.”

“완전 늙은 사람 같다고.”

“하하.”

“웃기만 하네. 진~짜~ 짜증난다, 너!”

꼿꼿하게 선 나루미야의 날카로운 손끝이 사나다의 시야를 정확하게 양분했다. 헌데 사나다는 갑작스러운 움직임에도 놀라는 기색이 하나 없고, 그저 고개만 살짝 뒤로 빼고 나서 한쪽 눈썹을 쭉 잡아당겨 올린다. 사실은 남중고도에 오른 태양이 아래로 드리운 손가락의 그림자가 그의 시야를 가린 것이다. 중력을 따라 흘러내리는 그림자를 빠르지 않게 훑는다. 그의 고개는 한참동안 나루미야의 스파이크 쪽을 향하다가 다시 운동장을 향한다. 나루미야의 생각 이상으로 단조로운 표정을 짓고 있던 사나다는 여전히 양손으로 난간을 짚은 채 발끝만 움직였다. 꺼끌꺼끌하게 바닥을 쓸고 지나가는 모래소리에 나루미야의 표정이 구겨지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 때, 사나다는 난간을 짚고 있던 손을 올리고 나서 입을 가려 웃는다. 이번에는 조금 더 짧고 단단한 소리를 터뜨리면서.

“기분 나쁜 타이밍에 웃기까지 해.”

“기분 나쁘라고 웃은 건 아닌데. 미안.”

“뭐 됐어. 잠깐이니까.”

삼십분이 훌쩍 넘게 앉아있는 두 사람의 모습은 사실, 같이 앉아있다고 할 수도 없을 정도의 것이었다. 한 두 마디 이어지던 말은 한쪽의 무성의한 반응으로 쉽사리 끝을 맺었다. 나루미야가 일어서는 것으로 꽤나 큰 변화가 일어났는데도 두 사람의 사이에서만큼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대화라고 할 수 있는 요소를 모두 상실했기 때문에 더 이상 두 사람에게 있어서는 ‘같이’라는 것이 어울리지 않았다. 결국 나루미야는 허리춤에 손을 올리기까지에 이르렀다. 사실 그의 인내로라면 이미 엄청나게 오랜 시간을 참은 셈이다. 시효가 전부 끝나고 기어이 짐승처럼 그르릉 목청을 울리는 소리로 위협 하는가 싶더니 금방 고개를 돌리고 만다.

“너랑 노는 건 재미없다. 간다.”

일어선지는 조금 시간이 지나 굳이 털어낼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도, 쫙 편 손으로 엉덩이부터 허벅지까지 탈탈 털어내고 나서 껑충 뛰어 계단에 내려선다. 나루미야는, 손가락을 거둔 후 부터는 사나다를 쳐다보지 않았는데 반대로 사나다는 그제야 운동장을 향해 곧게 뻗었던 고개를 움직였다. 반쯤 감겨있던 눈꺼풀이 빠르게 깜빡인다.

“가지마.”

“뭐라고?”

“좀 더 있다가 가.”

“너 진짜 별로야. 생각 이상으로 재미가 없다니까?”

질색하는 표정으로 사나다를 뒤돌아보던 나루미야는 까딱까딱 움직이는 사나다의 손에, 그러나 망설임 없이 다가선다. ‘왜.’ 하지만 여전히 어떤 것도 건넬 것 같지 않은 사나다는 금방 높은 고도에서 쏟아지는 태양을 따라 고개를 푹 숙인다. 금방이라도 자리를 떠날 것 같던 나루미야는 이제 다시 사나다 앞에 섰다. 그리고는 이글이글 열기를 뿜어내는 바닥에 풀썩 쪼그리고 앉더니 조금 높은 사나다를 올려다본다. 목 뒤로만 조금 흐른 것 같던 땀이 금세 송글송글 이마, 뺨, 코에 맺힌다. 마치 마운드에서 난타를 당하기 직전의 그 얼굴이다.

“사나다는 더위에 엄청 약하고만. 수건 챙겨서 다녀.”

“조금? 나루미야, 잠깐만 이쪽으로 와봐.”

“왜?”

사실 대답하기도 전에 벌떡 일어 선 나루미야는 쉬이 걸음을 옮겼다. 고작 한 발을 움직이는 것은 그리 어렵지가 않았다. 게다가 사나다와는 반대로 여름을 아주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러놓고는 부동으로 한참동안 고개를 들지 않으니, 나루미야가 그새를 참지 못하고 짜증을 담은 목소리로 “왜!”하고 소리쳤다. 그제야 무겁게 구부러져 있던 고개가 들리고 소곤소곤 말을 건넬 것 같던 사나다가 돌연, 우악스러운 힘으로 나루미야의 유니폼을 잡아당겨 제 얼굴을 잔뜩 부빈다. ‘으악’하는 탄성 외에 다른 대처를 할 틈도 없이 휘청댔다가 겨우 사나다의 머리를 짚었다. 덕분에 고개가 더욱 푹 땅에 가깝게 내려앉은 사나다는 온 몸을 떨어 웃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다. 그리고 그 밑으로 풀럭, 조금 젖어버린 나루미야의 유니폼이 내려 쏟아진다. 허탈한 표정으로 유니폼 아랫단을 잡아 올리고 쳐다보던 나루미야는 “어이, 고개 좀 들어 보시지.”하고 다시 한 번 으르렁거린다. 이번에는 사나다가 순순히 고개를 들어올린다. 터질 것 같은 웃음을 겨우 누르고 있는 사람 마냥 입을 꾹 다물고 고개만 내젓는 사나다를 내려 보며 일말의 동정심을 떠올렸던 나루미야가 금방 적의를 드러낸다.

“..죽인다!!”

“절대 놀리는 건 아니었어. 사실 나루미야한테는 베이비파우더라거나, 그런 냄새가 날 줄 알았는데.”

이제까지 보였던 자잘한 움직임을 모두 멈춘 채로 턱을 괴로 조금 더 진지한 얼굴이 되어 나루미야를 올려다본다. 쏟아지는 햇볕에도 미간 하나 찌푸리지 않는다.

“그럴 리가 없지. 그럼 무슨 냄새가 나는데? 라고 해봤자 땀 냄새지.”

“음. 에이스의 향기? 하하하하.”

“이거 농담이면 너랑 말도 안 섞을 거야.”

“진짠데. 나루미야, 멋있어~”

여전히 반대로 오르내리는 눈썹 탓에 도대체가 장난인지 진심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슬아슬한 경계에 놓여있는 미소를 짓는다. 눈가에 송글송글 맺힌 땀이 떨어지기 전에 결코 눈을 깜빡이지 않을 것처럼 곧게 쳐다보면서. 그런 사나다의 여유에 나루미야도 잔뜩 찌푸리고 있던 미간을 편다.

“난 에이스니까.”

“에이스지, 나루미야 메이.”

반사적으로 나루미야의 이름을 곱씹은 것 같은 사나다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대화가 뚝 끊어진다. 시간을 집어삼킨 것처럼 서로 아무 느낌도 주고받지 않는다. 역시 지루하다. 지지부진한 대화속도에 견디다 못한 나루미야가 기어이 몸을 비튼다. 아까 잡혔던 손가락을, 이번에는 구부려서 콕콕 사나다의 눈앞을 위협한다. 그리고 손가락이 아닌 나루미야의 얼굴만을 곧게 쳐다보고 있던 사나다는 다시 한 번 자신을 곧게 노린 손가락을 잡아챘다. 그러고 나서는, 온 얼굴을 구겨가며 미소 짓는다. 눈썹은 잔뜩 곤란하고, 입술은 정말로 재미있다는 듯 휜다. 그리고 유난히 짧은 나루미야의 검지손톱을 제 엄지로 부드럽게 쓸어낸다.

“난 나루미야랑 있으면 재밌어.”

이미 굳은살이 단단하게 자리 잡은 손끝에는 사나다의 스침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나루미야는 마치 예민한 감각이 살갗을 파고들었을 때처럼 곧바로 손가락을 움츠렸다. 재미없다는 표정에, 영 거슬린다는 몸짓까지 더했다. 혼자 고개를 잘게 가로젓기를 반복하더니 나서 제 손가락을 잡았던 사나다의 손을 털어낸다. 그제야 사나다의 미간이 조금 불편하게 찌푸려진다. 그것은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다시 예의 그 ‘생각보다 재미없는’표정으로 돌아간 사나다와 눈싸움을 하던 나루미야는 샐쭉한 표정을 지었다가 금방, 인심 썼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쫙 편 손바닥으로 그의 머리를 톡 친다.

“별로야. 나는 재미없어. 그럼 진짜로 간다, 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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