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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5.29  [사나미유] 오보
  2. 2014.05.27  [사나아라] 보크
  3. 2014.01.02  [사나아라] 7
  4. 2013.11.23  [사나아라] 6
  5. 2013.11.22  [토도마키] 타이밍

전력 2시간..ㅋ 짧다

사나다 슌페이x미유키 카즈야

 

 

 

그래서 그 미유키가 사나다를 끌고 가서 때렸다 이 말이야?’

자세한건 모르겠지만.’

풍문과 와전이라는 것은 당사자가 나서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리는 것이다. 대체 어디서부터 해명해야 할지 모르는 이야기들이 지나갈 때 마다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져 내리니 매우 곤란하다. 이거, 이래서야 이 학교는 이제 졸업해야 하겠는 걸. 확실히 그 말처럼 같이 움직인 것은 사실이지만 우선 끌고 갔다는 것이 틀렸고, 주어도 틀렸고, 때린 것도 아니고. 생각해보니 전부 아니네. 거기다가 미유키로 말할 것 같으면 이제 말 상대도 제대로 하지 않으려고 하고. 팔짱을 끼고 펜스 너머로 쪼그리고 앉은 뒷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까 그 날의 오렌지향 선크림이 코끝에서 솔솔 피어오르는 듯 하다. 그때, 그 날. 무더운 날. 선크림이 땀이랑 섞여서 흘러내린다면서 팔로 연신 닦아내던 미유키에게서 나던 냄새. 전부 닦여버릴 것 같아서 팔을 잡아챘더니 덥다고 우악스럽게 떨쳐 내버린 탓에 결국 그들은 바닥으로 또옥또옥 떨어져 내렸다. 추첨회장에 도착한 직후였다.

. 마스크를 벗고 어깨로 턱에 고인 땀방울을 문지르던 미유키가 뒤를 돌아본다. 나른한 얼굴이 그때랑 비슷하다. 그러니까 그 다음에는 그들이 말한 것처럼 조금 후미진 곳으로 가기는 했다. 반쯤 기운이 빠진 미유키를 데리고-까지는, 그들이 알고 있는 바와 비슷하다. 거기서부터는 그들의 판타지와 조금 다르다. 누구로부터인가 선물 받은 선크림을 손바닥에 주욱 짜고, 그것을 무자비하게 미유키의 얼굴에 문질렀고 그때 그는 정말로 불 같이 화를 냈다. 확실한 것 하나로, 오렌지향은 금방 머스크향에 섞여들었다. 완전한 아저씨 냄새라고 해야 하나. 결과적으로는 그들이 말했던 것처럼 한 대 맞기는 했다.

재현 됐을 리 없는 가짜 냄새를 맡으면서 초점 없이 그쪽을 쳐다보고 있었더니 미유키는 이쪽을 쳐다보는 듯 하다가 앓는 것 같은 표정을 하고, 마스크를 옆구리에 낀다. 이제 슬슬 돌아갈까. 그 전에도, 그 후에도 그랬지만 매번 달가워하지 않는 얼굴이라서 인사는 하지 않고 가는 편이 좋다.

.”

설마하니 나를 부르는 것은 아닐 테고 하는 마음에 뒤를 돌아보니까 그래 너.’하는 얼굴로 턱짓을 한다. 웬일이래.

우리 애들 볼라면 너 영업비밀이나 하나 놓고 가.”

영업비밀. 없는데.”

구라까지 말고!”

진짜로.”

딱히 다른 투수에 비해 그립으로 특별한 것은 없는 것 같은데. 알려주고 싶어도 딱히 알려줄 게 없다. , 하나 있나.

각을 살릴 때는 손목을 포기하는 것. 인가?”

그딴 거 말고!”

미유키는 금방 포기하는 것 같이 고개를 젓는다. 그렇지만 영업비밀이라고 할 만큼 체계적으로 구상하지도 않는 편이니까. 투구 할 때마다 케이스바이케이스. 골똘히, 그의 말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데 옆구리에 끼고 있던 미트로 툭 어깨를 친다.

잘못하면 종합병원이겠네. 몸 좀 사려.”

웬일로의 위로다. 미유키 카즈야는 꽤나 더, 치밀한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 온 몸을 불사르는 것을 지지한다기보다는 그래도 이기는게 좋으니까. 영리하게, 아슬아슬한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타입으로 보였는데-

그래야 내가 잘 치지.”

는 맞는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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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미유] 오보 :: 2014. 5. 29. 02:14 2D

프로선수AU (뭔가 덜 쓴것이지만..이어질지는..ㅠ)

사나다 슌페이x아라키 이치로

 

 

 

매끄럽지 않은 호흡이 가까워졌다가 멀어졌다 하는 것을 뒤늦게 눈치 챈, 멀게 내야를 보고 있던 사나다의 시선이 아래로 떨어졌다. 사선으로 야구장 전경을 훑던 사나다의 눈동자가 멈춘 것은 청색 이어폰을 귀에 꽂고 러닝을 하던 아라키와 눈이 맞고 나서다. 평소의 가벼운 표정과는 다르게 꽤나 지친 얼굴로, 흐르는 땀도 닦지 않고 달리던 그가, 자신을 쳐다볼 줄은 몰랐던 것인지 팔짱을 끼고 펜스에 기대어 그라운드 안을 바라보던 사나다의 팔이 삐끗 미끌렸다. 앞으로 쏟아질 뻔 한 몸을 겨우 가누며 안도의 한숨을 내쉴 때, 아라키가 웃었다. 웃을 리가 없는데. 아라키는, 적어도 사나다에게는 웃을 수가 없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전날 9회 말 원 아웃. 막 입단한 신인답지 않게 난공불락의 강렬한 모습을 보여 왔던 사나다 슌페이의 첫 번째 블론세이브는, 역시나, 그의 첫 보크 순간과 함께 찾아왔다. 그것은 아홉수에 걸려 네 경기나 승이 없던 대 선배의 열 번째 승리를 날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아라키의 웃는 얼굴에 전 날의 일이 떠오른다. 팀이 이기기는 했지만. 그 아홉수라는 대단한 마법에 자신이 숟가락을 얹은 것을 생각하니, 밀려오는 뻘쭘함에 푸푸 마른세수를 했다. 그대로 잠시, 눈을 감고 있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는데 그때까지도 아라키는 사나다로부터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게다가 뙤약볕 아래에서 멈춰선 채다. 끝나가는 여름, 이글이글 타는 태양이 엄청난 열을 쏟아내는 그 아래에 서서 고글을 끼고, 허리춤에는 손을 얹어서, 아무 말도 건네지 않고 사나다를 올려다보고 있는 것이다. 푹 젖은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에 맺혀있던 땀방울이 또옥, 인조잔디에 떨어지는 것 까지 지켜보았던 사나다의 혓바닥이 제 입술을 훑었다.

그래도 생각보다는 선방한 것 같구나.”

그리하여 먼저 입을 연 것은 아라키 쪽이다. 아라키 이치로의 경우는, 아마도, 앞으로 많은 해를 사나다와 함께하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오랜 시간 프로에 몸담아왔기에 어제의 일에 개의치 않아 하는 모습이다. 그리하여 소중한 승리를 날렸다는 이유와,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다.’는 이유가 오히려 사나다를 꽤나 압박하고 있다. 그래서 사나다는 농담조의 말에도 신통한 대답을 내놓기 어렵다. 곤란하다는 듯 눈썹을 휘고 하하 웃음소리를 내면서, 볼을 긁적일 뿐이다. 선방 할 거면 조금만 더 버텼으면 좋았을 것을.

나는 첫 등판 때 만루 홈런도 맞아봤거든. 그러니까-.”

그의 말이 완벽하게 맺어질 수 없게 된 것은 내야로부터 날아온 홈런 때문이다. 뒤늦은 배팅연습에 공이 사나다의 머리 위로 넘어가고, 아라키는 그에 하던 말을 멈추었다. 두 사람의 고개가 같이 하늘을 향했다가, 펜스 너머로 사라진 공을 쫓은 것이다. 그리고 넘어가는 듯 젖혔던 사나다의 몸이 그라운드 쪽을 향하고, 다시 눈이 맞았다. 아라키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생각은 없는지 푸 숨을 내뱉으면서 웃었다. 허리에 얹혀있던 오른손이 붕 허공을 가른 다음 팔랑팔랑 움직인다. 해서 사나다의 눈은 그의 얼굴이 아니라 손끝을 맹렬하게 쫓았다. 그는, 물론 멀끔한 외모의 소유자였지만 사나다에게는 그의 손 움직임이, 얼굴보다 더욱 강렬하게 눈길을 끌었다. 항상 그 손은 묘하게 사나다를 홀리곤 했다. 처음 들어온 순간부터, 아니 사실은 그보다도 이전에 사나다는 그것을 알아채고 있었다. 여자 관객의 짧은 치마에도, 하얀 블라우스에도 흥미를 느낀 적이 있지만 아라키의 움직임은 그보다도 강렬하게 사나다의 시선을 죄어왔다. 도통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 곱지도, 매력 있지도 않은 투박한 손일 뿐 인데도 말이다

어렵다면, 내 비법 정도는 가르쳐 줄 수 있어.”

말을 잊은 듯 했던 아라키가 고글을 벗으면서 말을 이었다. 내내 가려있던 눈이 따가운 햇살 때문인지 잔뜩 찌푸려졌다. 그러나 그의 눈매는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벙어리처럼 입을 닫고 있던 사나다가 눈을 껌뻑껌뻑 하면서, 대뜸,

둘이서요?”

라고 할 때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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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아라] 보크 :: 2014. 5. 27. 04:22 2D

애석하게도.

이변은 없었고.”

라이치의 호쾌한 타격으로 7회 콜드까지 얻어내고 부랴부랴 야구장을 나서자마자 찾아낸 대진표의 王谷에는 사선이 관통해 있다. 사나다는 애꿎은 종이를 손가락으로 톡톡 쳐 본다. 그런다고 경기결과가 뒤집힐 리 만무하기에 그의 손길에는 아쉬움이 가득하다. 사실 그는 지금 꽤나 복잡하다. 세이도의 준결승 진출이 반가운 마음 반, 오우야의 탈락이 아쉬운 마음 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나다는 고민에 빠졌다. 패장에게 연락할 수 있는 타이밍은 언제인가는 차치하고라도 수단이 문제였다. 쇼트메일이 좋을지 원래대로 메일이 좋을지. 혹은 전화가 좋을 것인지. 사나다는 그 숫자들을 머리에 떠올리면서 턱을 쓸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로부터 번호를 받아낸 것은 뜻밖의 행운이지만 또한 문자로 하렴.’하는, 쇼트메일에 대한 암시는 또한 그를 헷갈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아라키감독이 저에게 거리를 두는 것인지, 아니면 호의인지 영 헷갈리고 있다 이 말이다. 그것이 궁금할 만큼, 불과 며칠사이 아라키감독에 대한 사나다의 마음은 급변했다. 아라키의 여유로운 대처가 가장 큰 동인動因이었다. 오우야의 패배에서 아라키감독의 휴대폰 번호까지 생각이 흐른 것을 깨달은 사나다가 손을 멈췄다. 문득 태평하게 남의 경기 결과를 보며 시답잖은 생각이나 하고 있다는 것을 막 알아챈 참이다. 허나 그가 그것을 알아챈다고 한들 또한,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앞으로 있을 경기에 대한 염려 따위의 것은 애초에 그에게 해당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역시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것이다, 아라키 이치로.

사나다선~~”

하얀 종이를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리자마자 가득 찬 것은 한참이나 아래에서 미간에 힘을 주고 있는 까무잡잡한 라이치였다. 그는 여전히 활력 넘치는 후배에 대꾸도 하지 않고 눈길만 건넸다. 그러나 역시, 사나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라이치도 내일 오전 연습은 오프래요.’라는 짤막한 말을 던지고 주먹으로 옆구리를 툭 쳤다. 도통 정상적인 대화라고는 할 수 없는 것들이다. 라이치의 말 한방에 사방팔방으로 가지 치던 사나다의 생각이 멈췄다. 그렇지만 끄덕이든 대답을 하든, 어떠한 리액션을 취해야 하는 사나다도 그와 마찬가지로 얼굴께 있던 손으로 그의 볼을 쭉 잡아당기는 것이 전부다.

오후에는 가벼운 러닝 정도만 한다는 것 같던데요?”

.”

왜요.”

집에 가.”

 

*

 

뜨악 하는 얼굴로 쳐다보던 라이치의 이마에 딱밤을 선물하고, 바삐 짐을 챙겨 모노레일을 탈 생각이었다. 곧장 내달린다 해도 메이지 진구 제 2구장까지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 리는 만무했지만 그는 이런저런 계산에는 무척 취약했다. 더욱이 마음 내키는 대로.’가 그의 생활 신조였기에 그는 별다른 고민을 하지는 않았다. 토도로키 라이치에게 허리춤을 잡히기 전 까지는.

양껏 먹으라는 말에 이미 충분하다는 대답을 하자, 아들과 나란히 그릇에 입을 대고 국물을 들이키던 토도로키감독이 눈썹을 들썩였다. 큰맘 먹었다는 것이 라면가게인 것은 그다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마운드 위에서도 호쾌하던 사나다의 마음이 찝찝해지기 시작한 것은 4강 확정팀에 대한 소식이 뉴스에 나오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붙잡히고 나니 만날 리 없을 아라키감독에 대한 생각이 걷잡을 수 없이 복잡하게 얽히기 시작한 탓이다. 팔로 연신 눈가를 닦아내는 그의 에이스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모습이라든지 차분하게 패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그 감독의 얼굴이라든지. 보자마자 갑작스럽게 초조한 마음이 들었다. 일단의 문제는, 그에게 연락을 할 타이밍을 완전히 놓쳐버린 것 같다는 사실이다. 사나다는 손에 쥐고 있던 휴대폰을 열어 몇 번이나 메시지 창을 열었다가 닫았다.

정신 사납게 뭐 하는 거야. 다 먹었으면 얼른 집에 가 버려!”

아하하하.”

사나다는 무심결에 웃음을 터뜨렸다. 마치 저의 고민을 알고 있기라도 한 듯 귀가 명령이 떨어졌다. 아주 잠시간은 당황했지만 급한 마음에 예의상의 사양도 없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가방을 챙겨 멨다. 덜컹 거리는 테이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접에 얼굴을 박고 음식을 흡입하고 있던 라이치의 머리를 한번 꾸욱 누르고 나서, 토도로키 감독에는 목례로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순식간에 밝은 얼굴이 된 사나다의 변화만큼은 조금 눈치 챈 듯 의아하다는 얼굴로 토도로키 감독은 살짝 손을 흔들어 준다. 그에 대한, ‘고맙습니다.’라는 대꾸가 무슨 문제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한 사나다는 가게를 나서며 다시 휴대폰을 열었다. 무슨 말을 할까 하는 고민의 필터를 거치지 않고 사나다의 손가락은 누마베예요?’하는 물음을 전송했다. 자신이 누군지 밝히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몇 분이나 지나고 나서였다.

이런. 급했네.”

해서 그는 다시 자판을 누르며 사나다입니다.’라는 문장을 완성시키려 했다. 그러나 이름을 다 쓰기도 전에 전화가 울렸다. 발신인은 아라키감독이다. 뾰롱뾰롱 화면이 깜빡이자 사나다의 눈썹이 사정없이 구부러진다. 그것은 놀라움을 표현하는 사나다만의 버릇이었다. 사나다는 오히려 좀 전까지의 초조한 기색이 싹 가신 얼굴을 했고, 꾹 눌러 닫은 입꼬리 역시 부지런히 오른다. 단지 전화가 걸려왔을 뿐이다. 그런데도 연신 웃음을 터뜨리며 통화버튼에 손가락을 댄 체 누르지 않는다. 그가 연결을 결정한 것은, 전화벨이 네 번 이상 울리고 나서야다. 몇 번 소리가 터졌다는 것을 깨닫고 사나다는 얕고 긴 한숨을 내쉬며 통화버튼을 눌렀다.

, 아라키감독. 저 사나다입니다.”

하하하. 알고 있어. 바쁘니?’

아뇨. 전혀 아닙니다.”

좀 전에 뉴스에 나오더구나. 승리 축하한다. 준결승에서 만나길 바랐는데 아쉽게 됐어.’

분명 먼저 연락을 시도했는데 갑작스럽게 판도가 바뀌었다. 패장의 축언이라니 난처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바로 앞에 서 있을 때보다 더 가깝게, 바로 귓가에서 들리는 아라키의 목소리에 사나다가 또 한 번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영 어려운 사람이다. 꼴 전화선이 없어서 하릴없이 손가락으로 휴대폰을 그득그득 긁는 사나다가 묵언수행을 하듯 아무 말 하지 않자 수화기 너머로 작은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사나다와는 다르게, 그는 아마 썩 시원한 얼굴로 웃음 짓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사진처럼 사나다의 눈앞에 생생하게 떠올랐다. 아라키 감독, 잊기 힘든 인상이 아니다. 사나다는 곧바로 수긍했다. ‘첫눈에 반한 것처럼 되어버렸다.’는 것. 사실 정말로의 이유는 무엇인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어그러지지 않는, 그럴싸한 이유라면 그게 바로 혜안이다. 복잡하게 망울을 터뜨리는 가지들 중에 가장 뚜렷하고 길게 뻗은 선을 잡아 챈 것이다.

그리고 좀 전의 쇼트메일에 대한 대답 말인데. 누마베가 아니야. 사나다군은 어디?’

아아. 저는 다치아이가와역立会川駅이요.”

순간 소음이 부풀어 올랐다. 그것은 사나다의 목소리와 중첩되었기에 그는, 자신의 말이 제대로 전달되었을 지에 대한 확신이 서질 않았다. 다시 한 번 말해야 하나. 아라키와의 소통은 어렵다. 그렇지만 끊고 싶지는 않다. 가벼운 근심거리를 머릿속에서 굴리며 마른 입술을 한번 부비는 데 아라키가 그런다. ‘근처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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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아라] 7 :: 2014. 1. 2. 01:53 2D

굉장한 사람이네.”

정말로 번호를 알려줄 줄은 몰랐다는 얼굴로 사나다는 고개를 내저었다. 얼떨결에 건넨 휴대폰에 결국 그의 전화번호 열한자리가 찍혔다. 조금은 얼떨떨한 얼굴로 휴대폰을 한 번 쳐다보았다가 몸을 틀어 뒤를 돌아봤다. 그러나 그는 이미 여기에 없다. 사나다를 내려준 후에도 한참이나 턱을 괴고 지켜보던 아라키 감독이 떠난 역사에는, 눅눅한 밤이 짙다.

정보를 조금 얻어가니, 기브 앤 테이크의 느낌으로. 아무래도 학생 정보를 그냥 빼 가기엔 나도 양심 있는 선생이라서 말이야.’ 마치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아라키가 말한 정보라는 것은 사나다의 손에서부터 흘러 나간 것이었다. 잠깐의 스침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그 짧은 사이 꽤나 많은 것을 얻은 듯 한 표정이었다. 직접 닿아 더욱 확실해졌다-하고, 말한 그는 과연 면밀하게 사나다를 훑은 듯 했다. 하지만 사나다는 오히려 미안한 얼굴로 볼을 긁적였다. 사나다 슌페이의 데이터는, 그를 만난 시점에서 이미 무용해 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정보 주워가 봤자 일 텐데.”

반면 그에게 조금 더 신경 쓰이는 것은 다시 한 번의 접촉이었다. 뒤집혀진 아라키 감독의 손바닥 위에 휴대폰을 올릴 때 닿았던 감각은, 새로운 그립을 쥐게 되었을 때와 같이 꽤나 짜릿했다. 요컨대 커터. 무릎과 허벅지로 이미 과부하의 위험이 있기에 구종추가로 인한 몸의 부담이라는 디메리트를 극복하기 위하여 고안해 낸 것이었다. 간혹 그것은 투심과 섞여버리는 탓에, 누군가들의 말처럼 제구가 안 되는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바로 그것이 사나다에 대한 정찰을 무용하게 만들어버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해서 사나다에게는 적에게 전술을 읽혔다는 사실보다 아라키 감독과 또 한 번 닿았다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문제다. 짧은 순간, 전기가 튀어 올랐던 좀 전의 감각이 불현듯 되살아나는 것 같은 느낌에 사나다는 엄지와 중지를 맞대어 문지른다. 중요한 대회를 코앞에 두고 꽤나 골치 아픈 일이 생겨 버렸다. 허나 이로써 그에 대한 마음이 조금 확실해 졌다.

꼭 만나고 싶은데~ 아라키 감독.”

잠시 꺼 두었던 시동을 다시 건 그는 마지막에 어쩌면.’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느물느물하게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이던 아라키 감독이, 단순히 운에 기대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혹은 자만심이라는 기름기가 쏙 빠진 그의 예측인 것 같았다. 무운武運을 바라는 그의 태도는 제법 곧게 자신만만했다.

그 문무양도文武兩道라는 게 진짜로 세이도한테 먹히려나, 하하.”

올라왔으면 하고 바랐던 세이도와 맞서는 아라키 감독의 오우야. 이례적으로 복잡해 진 마음에 사나다는 아라키감독이 내내 그랬던 것처럼 가볍게 팔짱을 끼고 하늘을 베개 삼아 천천히 걸음을 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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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도 진파치x 마키시마 유스케

for ziso / 캐붕 죄송ㅋ.............ㅠㅠ

 

 

토도가 찾아왔다. 그가 소호쿠를 찾는 것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었으나 웬일로 높은 산행을 하면서 그는 빈손이었다. 그러니까 그의 두 발은 올곧게 지면을 딛고 있었다. 정확히는, 팔짱을 끼고 짝 다리를 짚은 바람에 비탈 반대쪽으로 몸이 조금 기울기는 했다. 그렇게 마키쨩의 언덕이라고 부르며 마음에 들어 하던 소호쿠 후문의 언덕을 자전거 없이 오른 것이다토도 진파치 자체는 이제 구경거리가 아니었으나, 그에게 자전거가 없다는 것은 꽤나 흥미로운 사실인지 오노다, 나루코 뿐만이 아니라 이마이즈미도 갈 길을 잠시 멈춘 상태도 그를 한번 돌아봤다. 벌써 십오 분 째 같은 자리다. 이마이즈미는 당장이라도 그 자리를 떠날 것 같지만 토도와 똑같은 포즈로, 그러나 양 다리를 곧게 뻗고 선 나루코와 오노다에게서는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성원을 보내는 로드위의 관중들로부터의 시선과 다르게 소호쿠들로부터의 시선은, 어쩐지 그가 조금 동물원의 코끼리가 된 기분이 들게 했다. 그렇기에 토도는 귀찮은 듯한 얼굴로 손을 훠이훠이 내저었다.

구경하지 말고 갈 길 가!”

이제 소호쿠 교복만 입혀놓으면 딱이겠구먼. 전학 안하시는감?”

토도상이 소호쿠 교복을요?! 하지만 그렇다면 하코네의 클라이머는.”

아니지 오노다. 그런 것이 아니여. 저 형님은 마키시마상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구먼. 을매나 드나들었는가 남의 학교 후문 닳것다, 그런 의미로 하는 말이여.”

“-거기다가 매번 스타팅 포인트를 밟고 있어.”

얌전히 지나갈 것 같았던 이마이즈미의 말에 결국 토도가 참지 않고 한 마디를 할을 것 같은 얼굴로 세 사람을 홱 쳐다보았는데, 다행히 토도의 가벼운 분노는 그것으로 끝이 났다. 왜냐하면 때맞추어 마키시마의 길쭉한 손가락이 토도의 어깨를 짚었기 때문이다.

어쩌다가잡혀있는 거니, 너는.”

아엇, 마키쨩!”

마치 이러한 그림을 예상했다는 듯한, 그러나 조금 난처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환영에는 조금 먼 듯한 마키시마의 표정에도, 토도의 얼굴에는 거짓말처럼 화색이 돌았다. 물론 쾌활하고 자신감 넘치는 표정이 원래 토도의 것이기는 했으나 좀 전에 비하면 굉장한 변화였기에 그 둘을 제외한 세 사람은 이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거기에 이마이즈미가 끼어있다는 것은 다소 놀라운 사실이었으나 마키시마의 등장 이후로 그들에게 토도의 관심은 조금도 돌아가지 않았다. 그것은 이제, 그들을 등지지 않은 마키시마의 몫이다. ‘별로 눈에 띄고 싶지는 않았는데.’ 하지만 그런 마키시마의 작은 소망은 언제나 이루어지지 않았고, 마치 앞으로도 이루어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직접 걸으려면 한참이니 일단 내려가자.”

오케이. 식사부터 해결하자. 나 마키쨩 만나러 오느라 점심 패스했는데, 밥 살 거지? 점심이라면 역시 정식?”

포도만 아니면 뭐든.”

하하하.”

체념한 듯 툭 뱉은 농담 같은 말에 토도가 크게 웃었다. 이미 그는 오노다, 이마이즈미, 나루코의 존재를 잊은 듯 하다. 웃겨 웃는다기보다는 신나는 기분이 역력히 드러난 토도를 보면서 나루코가 고개를 저었다.

밥 먹을라고 하코네에서부터 왔단가. 데이트네, 데이트여.”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데이트란 사실 조금 다르다. 토도가 으레 찾아오고, 두 사람이 함께 달리는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지만- 그들의 관계가 자신들의 생각과는 다르다는 것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

 

그래서, 살 것은 정했니?”

아니. 아직.”

입에 물린 사탕을 깨물어 부수지 않으려고 애쓰느라 마키시마의 말을 조금 건성으로 흘려듣는 토도를 쳐다보는 바람에 안 그래도 느린 걸음의 마키시마는 금세 뒤쳐졌다. 불러서 멈추어야 한다는 생각과는 달리 행동이 틀어져버렸다. 그저 손만 작게 손짓해 버린 탓에, 토도는 마키시마가 자신에 나란하지 않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그리하여 두 사람의 거리는 조금 멀다. 사실 마키시마가 토도의 이름을 부르지 못한 것은 그의 입 안에도 역시 같은 사탕이 물려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앞서 걷는 토도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볼을 긁적인 마키시마는 언제 따라잡아야 할까 타이밍을 잴 뿐이다. 사실 온통 자신에게 쏠려있던 토도의 신경이 다른 곳으로 분산 된 지금이, 한숨을 돌릴 수 있는 틈이다. 그것이 조금의 안도와 조금의 싱숭생숭함으로 마키시마에게 내려앉았다. 그렇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골똘히 생각하는 얼굴을 한 마키시마는 자신의 입안에 있는 것이 그렇게 질색하던 포도향 사탕이라는 것을 잊었다. 조금 전 기쁜 얼굴로 건넨 사탕이라는 사실이, 마키시마에겐 전부다.

밥 먹을 때 생각한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네.”

아니야. 생각은 좀 했어. 먹을 건 노, 패션 노, 책은 안 읽을 테니 패스. 그래서 그냥 잡화 중에 고르는 게 좋겠거든. 캰도우*로 갈 거야.”

그래서 정말로 크게 한 걸음이 차이가 날 정도가 되자 마키시마가 입을 열었는데 그 목소리를 들으며 하나하나 손가락을 접아 짚어주던 토도가 갑자기 크게 몸을 돌렸다. 방금까지 심드렁하던 얼굴이 순식간에 변한다. 이를 드러내고 찡긋 웃는 그 얼굴이 유난히 쾌활해 보일 정도로, 그는 들뜬 움직임에 커다란 목소리 까지 더했다. 갑작스러운 온도변화에 마키시마는 나른하게 뜨고 있던 눈꺼풀을 빠르게 세 번 깜빡였다. 지금의 토도는, 아까까지의 대외용 토도, 그러니까 즐겁지만 냉철하게 중심이 잡혀있는 평소의 그와는 다르다. 그것보다는 조금 더 사람 냄새가 것 같이 따뜻한 온도가 얹혔다. 얼음장같이 차진 않지만 늘 서늘하던 기운이 순식간에 걷혔다. 사실 그는 간혹 그럴 뿐이었다. 장난스러운 것인가 혹은 쾌활한 것인가 싶어도 그의 온도는 항상 찼다. 그런 토도에게 온기가 도는 순간은 생각보다 드물고, 생각보다 짧았다. 마키시마는 오랜만에 본 토도의 열이 아닌 온기에 눈썹을 휘고 미소 지었다.

조악한 게 많겠지만 의외로 보물창고 같은 곳이거든. 마키쨩은 아마 한 번도 안 가봤을 것 같네, 하하.”

누나와 정말로 사이가 좋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와 똑같이 생겼다고 수도 없이 들어온 그의 누나를 떠올려봤다. 그러나 마키시마의 머릿속에는 온통 토도 진파치 만이 떠오를 뿐이다. 이전과 같게 그 상상은 또 한 번 불발되었다.

캰도우 라는 것. 지나치지 않으려면 지금 멈춰, 토도.”

 

*

 

토도가 미리 예고했던 대로 캰도우에는 온갖 조악한 것들이 많았다. 얼핏 보기에는 꽤 눈길을 끌 만한 것들이었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들은 아무래도 백화점에서 보던 것들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명문가인 것은 둘째치더라도 쇼핑이라는 취미가 없었으니 물건으로 가득 찬 장소가 낯설었던 마키시마는 팔짱을 끼고 그것들을 건성으로 둘러보다가 이윽고 자세히 살피기에 이르렀다. 토도의 말을 빌리자면 후지다’라고 할 만한 물건들이 생각보다 마키시마의 눈을 끌었던 탓에 토도가 살 것을 계산대 위에 올리고 나서까지 그는 한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다음에는 로손*으로 가자. 의외로 그런 곳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던데, 마키쨩.”

기껏 백엔을 더 지불하고 포장에 리본까지 달아 왔는데 열어보지도 않고서 나중에 볼 테니 풀어서 찬장에 두라는 오더를 내린 토도의 누나는 과연, 정말 진파치와 판박이로 닮아있었다. 얼굴 뿐 만이 아니라 성격까지 똑같다. 토도는 마치 그런 그녀를 예상이라도 한 듯 서운한 기색도 없이 포장지를 풀어헤쳤고 둘 곳을 확보하기 위해 의자 위에 올라 찬장을 살펴보고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의 무뚝뚝하고 짧은 생일축하를 지켜보던 마키시마는 영 알기 어렵다는 얼굴로 토도의 의자를 붙잡았다. 좀 전까지는 정말 각별한 남매사이인 것으로 보였는데 마키시마가 상상했던 것과 두 사람의 태도는 너무나도 달랐다.

조금 정신없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처음 가보는 곳이었으니까.”

하하하. 어때, 그래도 이 정도면 득템 한 거 맞지?”

토도는 아직 제 자리를 찾지 못한 컵을 다시금 쨘 내밀며 마키시마를 내려다보았다. 누나의 선물임에도 그녀와는 상관없는 물건처럼, 그저 제 마음에 쏙 들었다는 것에 만족해하며 호쾌한 웃음소리를 낸다. 큰 뿔이 달린 사슴이 그려진 알록달록한 컵을 자랑스럽게 내밀기 위해 몸을 움직인 토도에 대한 반동으로, 의자가 덜컹 흔들린 것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다.

진파치. 조금 신경 쓰는 게 좋을 것 같아. 조심하렴.”

그 대신 걱정 가득한 얼굴의 마키시마가 그를 올려다봤다.

. 걱정 마. 이 정도 높이에는 흔들림 없, 으악?!”

위험해!!”

높은 곳이라면 오히려 자신만만하다던 토도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그의 낙하는 아차 하는 사이였다. 깜짝 놀란 마키시마가 느슨하게 잡고 있던 의자를 뿌리치고 쏟아지는 토도의 몸을 향해 두 손을 뻗었다. 마키시마의 순발력 덕에 바닥에 내팽개쳐 진 것은 덜커덩 날아가 버린 의자 뿐 이었다. 다만 토도를 받아낸 마키시마의 발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그는 의자와 같이 우당탕 소리를 내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마키쨩!! 괜찮아?”

부러지진않은 것 같아.”

고통이 제법인지 잔뜩 찡그린 얼굴의 마키시마의 얼굴을 살피는 토도의 안색이 창백하다. 그는 으아으.’하는 괴상한 신음소리를 내면서 떨어뜨리지 않은 컵을 손에 꽉 쥐고 안절부절 하는 얼굴로 눈을 껌뻑인다. 매끄럽고 거침 없던 그의 입술도, 자신만만하게 힘이 들어가 있던 그의 눈매도, 지금은 전혀 떠올리기 힘들 정도다. 그의 얼굴은 유통기한이 지난 샌드위치처럼 잔뜩 눌려있으며 핏기 없이 파리하다. 사실 토도의 당황하는 얼굴이란 마키시마조차 꽤나 보기 어려운 것이었다. ‘천하의 토도 진파치님의 아연실색한 얼굴을 볼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문득 든 실없는 생각에 마키시마는 고통을 잠시 잊고 한숨을 내쉬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조심하라고 했잖니.”

나이스캐치 마키쨩.”

여러모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가볍게 토도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그것이 해제의 주문이었는지 그는 곧장 헤헤 웃음소리를 내며 미소 지었다. 다시 온도가 변했다. 유쾌하던 토도의 얼굴이 난처함을 띄웠으나 그것은 또한 미묘하게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것이었다. 휘유 죽을 뻔 했네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조차 그러하다. 살풋 오른 미소에는 안도와 상기지금의 토도는 햇살아래 배를 보이고 누운 호랑이와 같았다. 역시 오늘의 토도는 마키시마에게 영 어렵다. 마키시마는 둥그렇게 말아 쥔 손으로 입을 가리고 토도를 잠시간 쳐다보다가 그의 어깨를 짚었다.

평소의 반사 신경을 고려한다면, 너를 받은 건 기적인 것 같은데.”

마키시마의 웃음은 거품처럼 사그라졌다. 실소가 터지기는 했지만 역시 좀 전은 아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제 그의 체중으로 엉덩이가 욱신거리기 시작한 탓이다. 이제부터 얌전히 있으라는 가벼운 경고를 하며 토도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러나 그 어느 쪽의 고충도 알지 못한 것인지, 컵을 바닥에 내려놓은 토도가 양 손을 합장하며 맑은 웃음을 띠웠다.

그러게 말이야. 오늘은 특별하니까 마키쨩의 좋은 기운이 지켜준 거지. 하하하핫.”

나의 좋은 기운이라니?”

마키시마의 얼굴에는 물음표가 가득 떴다. 벌써 세 번째다. 군더더기 없이 곧장 전해지던 것이 토도의 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만큼은 헷갈리는 무엇인가를 주렁주렁 단 채로 마키시마에게 전해졌다. 대체 그건 왜일까. 고민할 새도 없이 토도에, 더욱 큰 물음표가 걸렸다.

무슨 소리야. 오늘 네 생일이잖아.”

토도는 생일 축하한다는 말도 없이 그 어느 때 보다도 밝게 웃는 얼굴을 하고 양 손으로 마키시마의 얼굴을 감싼 다음 입을 맞췄다.

 

 

 

*캰도우, 로손: 한국의 다*, *샵과 유사한 잡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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