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번에 간파 당했다. ‘머리 나쁘지?’ 아마 그걸 함의하고 있을 터다. 그러나 기분 나쁘기는커녕 그의 눈썰미란 참으로 대단한 것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 오히려 훨씬 연장자 앞에서 멋대로 웃음을 터뜨리기에는 별로 좋지 않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또 다시 그 상황으로 돌아간다 해도 사나다는 똑같이 웃어버릴 것이다. 웃음은 잘 참지 못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무례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곧장 멈추고 미안합니다.’하고 사과했다. 훈계라도 할 셈인가 싶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의외로, 그런 건 개의치 않는 다는 얼굴로, 교설 대신-사실 그 보다는 사나다의 웃음에 대해서 어떠한 생각도 하지 않은 것처럼-금방 앞으로 나아갈 것 같던 몸을 완전히 돌려 사나다에게 손을 내밀었다. 제법 위계가 없는 감독이다. 물론 격이 없는 건 야쿠시고교의 토도로키감독에도 해당되는 것이었지만 둘에게서 받는 느낌이란 상당히 다르다. 사나다는 내밀어진 아라키감독의 손을 잡기 위해 땀이 축축이 차오르기 시작한 손바닥을 유니폼에 문질렀다. 그 사소한 행동마저도 아라키는 빠뜨리지 않고 읽어내리는 것 같다. 정적이지 않은 그의 눈길이 다시 사나다의 얼굴로 올라왔다. 불꽃이 튀는 대신 조금 습하게 차오르던 공기가 얼었다. 그보다도 얼음장 같은 아라키의 손바닥이 닿자마자 사나다의 머릿속에는 시답잖은 생각이 둥실 떠올랐다. 손이 찬사람 마음이 따뜻하다고 했지.

좋은 손이네.”

그가 가볍게 손을 쥐었다가 놓은 것이 다가 아니다. 마지막에는 사나다의 중지가 그의 손가락에 의해 훑어졌다. 찰나여서 그저 스침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라키 감독은 묘한 표정과 말을 남겼다. 그 탓에 사나다는 혼자 동동 떨어진 제 손을 살짝 쥐고, 엄지로 그 손가락을 쓸며 그는 역시 꽤나 이상한 흐름을 가졌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아라키는, ‘슈트의 흔적이 남았군.’이라고 중얼거릴 뿐이다. 그것은 딱히 사나다를 향한 말이 아니었고, 의도된 중얼거림도 아니었다. 아마 그는 자신의 생각을 그저 흘려보내는 타입 일 뿐이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다시 인사를 건넬 것 같은 얼굴이다. 이쯤에서 사나다는 또 한 가지를 생각한다. 생각보다는 말이-많은 사람이다. 그 탓에 평소와는 다르게 시끄럽고 바쁘게 사나다의 머릿속이 굴러간다. 처음 이야기를 나누는, 아라키 이치로 감독의 데이터를 바삐 입력하고 있는 것이다.

반대블록에서 떨어지지 말고 올라와.”

아라키는 이제 여유로워진 손으로 사나다의 어깨를 가볍게 톡 하고 두드렸다. 첫 만남에 가벼운 두 번의 스킨십이라. 마치 33연승을 셈할 때와 같이 그것은 즉각적으로 사나다의 머릿속에 들어앉았다.

라져.”

 

*

 

줄무늬가 없어질 정도로 흙바닥에서 구른 야수들보다야 훨씬 양호하지만, 조금 추워진 날씨 탓에 다리가 신경 쓰였던 것인지 연습시합 내내 삐거덕거리던 사나다 역시 결국 강습타구를 글러브에 맞으며 마운드 위에서 구르는 바람에 내내 깨끗했던 유니폼이 갈빛으로 지저분해 졌다. 비가 오지 않아 말라있던 흙먼지가 크게 일었던 탓인지 한걸음에 달려온 내야수들에게 걱정보다 더 많은 욕을 얻어먹는 바람에 뻘쭘 해 하면서 유니폼을 털었다. 토도로키 감독은 미처 그것을 보지 못했고, 사나다는 그 틈에 잽싸게 일어난 것이다. 다행히 직접 맞은 것은 아니지만 손등 쪽으로 날아온 공을 쳐낸 탓에 제법 얼얼하게 울린다. 아무래도 8강 경기가 코앞이니 무리하는 것은 좋지 않겠지. 결국 타월을 던졌다. 그제야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감독은 교체를 허락해주고 크게 사나다에게 손짓했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꽤나 면식이 있는 여기자가 서 있었다. 글러브를 옆구리에 끼고 부름에 달려가는 내내 사나다의 시선은 여기자를 향했다. 그의 기억이 맞는다면 아마, 그녀는 16강 전 인사하던 무리와 같이 아라키 감독의 곁에 서 있었던 것이 틀림이 없다.

무슨 소란이냐, 사나다.”

불찰이었습니다. 글러브로 토스했어요, 하하.”

웃을 정도로 멀쩡하냐? 그럼 됐고.”

건강 체크인 것인지 눈대중으로 사나다의 왼 손을 한번 살펴 본 토도로키 감독이 벤치에서 일어나 운동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곧바로 괴성이 가득 터졌다. 사인은 그의 아들인 라이치에게로 내려진 참이다. 갑작스러운 비명에 놀란 기자가 어깨를 움츠리는 것에 빙긋 미소를 지어보이면서, 사나다는, 손바닥을 쫙 펴 그녀의 앞에서 팔랑팔랑 흔들었다. 조금은 들뜬 얼굴로다.

기자누나. 도립 오우야의 아라키 감독 명함,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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