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길을 타고 미끄러져 내리던 땀방울이 턱에 맺혔다. 손으로 몇 번을 닦아내도 그것은 여전히 반복되었기에 내내 계속 되었던 오전 연습으로 인해 흠뻑 젖어 무겁게 내려앉았던 유니폼자락을 겨우 가슴께 걷어 올렸다. 그로 이마를 문지르기 위해 잔뜩 목을 구부리던 미유키가 그를 도중에 멈추고 웅성거리는 무리 쪽으로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 탓에 제 어깨에 걸린 수건을 그에게 내밀었던 유우키의 고개도 같은 방향으로 돌았다. 수건의 무안함을 뒤로 한 채 미유키는 앞을 제일 가깝게 가로막고 있는 카네마루의 어깨를 짚었다. 대체 무슨 소란이지. 기척을 느끼지 못했던 카네마루가 갑작스러운 손길에 흠칫 놀라며 뒤를 돎과 동시에 그 주위에 있던 여럿이 또 다른 웅성거림을 만들어낸다. 그럼과 동시에 그들에는 조금의 틈이 생긴다.

어이 거기 소년들. 비품 정리 마쳤어? 무슨 구경났냐.”

. 미유키 카즈야다.”

너 임마 자꾸 풀네임으로 부르-?”

가장 심장부에 있던 사와무라를 타박하던 미유키의 시야가 터짐과 동시에 입에서도 탄성이 터졌다. 맙소사. 흙으로 지저분한 손이라며 좀 전까지 유우키에게 고개를 내저었던 그 손 그대로 입을 덮는다. 그런 그의 반응에, 줄곧 미유키만 쳐다보고 있던 유우키의 시선도 탈의실 내의 좀 더 깊은 곳까지로 향한다.

, 무슨 일이야.”

물음과 걸음이 동시에 였다. 유우키 역시도 층을 만들고 있던 부원들을 헤치고 조금 더 가깝게 미유키의 곁으로 갔다. 미유키의 비명을 끝으로 가건물 안은 제법 조용해졌으나, 그 중에도 여전히 갸릉갸릉 소리를 내는 것이 있다. 바로 옆에 서 있던 하루이치의 양 손 보다는 조금 커 보이는 고양이다. 매끈한, 검은 턱시도를 차려입은 그는 길길이 날뛸 만큼 늘씬한 성묘는 아니었으나 저를 둘러싼 사람들과 같이 딱 과도기쯤 걸쳐있는 정도로 보인다. 아마 날뛴다면 양 손으로는 조금 버거울 만큼 자란 것 같다. 입에 물려있는 것은 누구의 글러브인지 보다 그것이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한 물음이 먼저 떠오른 유우키의 궁금증은 의외로 쉬이 해결되었다.

젠장완전 잊어버리고 있었어.”

난색의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싫은 표정이다. 어디서 흘러들어온 도둑고양이가 아닌 모양이다. 미유키가 잠시 멈췄던 걸음을 마저 더 걸어 그 고양이한테로 다가선다. 그를 빤히 지켜보던 고양이는 물고 있던 글러브를 놓는다. 그러고 나서 꼬리가 금방 빳빳하게 섰다가 이내 그 끝이 살랑살랑, 느리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쪽의 호의와는 다르게 그를 내려다보는 사람, 즉 미유키 쪽은 훨씬 더 경계태세다. 주인을 찾았기 때문인지 와해되기 시작하는 무리 속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울린다.

미유키랑 고양이라니, 엄청 안 어울리는데.”

미유키 카즈야의 고양이?!”

그 웃음은 조금 먼 곳에서 팔짱을 끼고 지켜보고 있던 료스케의 소리였다. 그리고 그것에 이어진 것은 좀 전의 타박에도 굴하지 않은 사와무라의 경악이다. 진짜로 안 어울려. 그것까지 덧붙였는데도 미유키는 그를 알아채지 못한 것인지,

그럴 리가 있냐. 난 네발 달린 짐승 딱 질색이라고. 강제 위탁이었다고요.”

라고, 단지 자신의 소유라는 것에만 질색하는 것이다. 해서 그 보드라워 보이는 생물체는 그로부터 흘러들어온 것은 확실해졌다. 손가락을 둥글게 말아 입을 가린 채로 잠자코 지켜보던 유우키는 손에 쥐고 있던 수건을 다시 어깨에 걸고 꼬리를 흔들고 있는 고양이의 앞에 섰다. 웬일로 시선이 미유키가 아닌 것에 고정이 된 채다.

누구로부터의?”

나루미야요. 나루미야 메이. 불러내서 나갔더니 준비 한 사람처럼 캐리어까지 들고 나왔어!”

그래 캐리어, 캐리어에서는 언제 빠져 나온 거지. 마침 잘 됐다는 듯 불평불만이 터져 나온다. 한껏 싫어하는 얼굴이더니, 그러나, 눈 깜짝할 사이 손을 뻗어 고양이를 집어 올렸다. 마치 핸드워머에 팔을 끼우듯 고양이의 배를 끌어안은 모습이 무척이나 자연스럽다. 그 바람에 사와무라는 터지는 웃음을 참으려 안간힘을 써야 했다. 료스케 역시 의외라는 것 보다는, 매우 흥미로운 그림이라고 생각하는지 다시금 소리 내어 웃는 것이다.

개랑 고양이!”

마무리 운동 다 하고 또 뛰고 싶냐, 사와무라?”

고양이를 바로 저 얼굴 아래에 두고 있는 모습에 당연히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다. 리트리버정도 되어 보이는 미유키의 인상이었기 때문이다. 머리에서 삐 하고 스팀 빠지는 소리를 낼 것처럼 얼굴을 구긴 것을 보고서야 사와무라는 옆구리 옆으로 삐져나온 유니폼을 바지 안으로 구겨 넣으며 건물로부터 내달릴 준비를 한다.

참고로 글러브, 비싼 거야 미유키.”

그리고 그를 뒤따르던 료스케의 목소리는 여전히 얄궂다. 가건물의 턱을 금방 넘어 나가버리는 두 사람을 지켜보다가 배에서부터 끌어올린 한숨을 푹 내쉬면서 고개를 돌렸을 때, 유우키의 시선은 미유키의 얼굴보다 조금 아래에 머물고 있었다. 그것은 미유키의 기척에 따라 금방 따라 올라왔다. 그리고 좀처럼 않던, 미소를 애매하게 지어보였다.

내가 보기엔 아주 잘 어울려.”

 

*

 

이름은 카게. 대단한 의미인가 했더니 양말을 음독 한 거라고, 대체 반려묘 이름을 그딴 식으로 지어도 되는 거냐고 유우키에게 따져 묻는 미유키의 손에는 여전히 고양이가 들려있었다. 흙으로 더러워진 미유키의 가슴팍에 등을 비비대는 카게는 의외로 얌전하다. 캐리어를 두고 양 팔 가득 그를 안은 것은 자의이기도 했고 유우키의 제안이기도 했다. 사실 들어가지 않으려 버둥거렸던 카게의 의지가 제일 강했지만은. 어쨌든, 그 탓에 두 사람은 교통수단 대신 발을 택해야 했다. 조금 습하지만 선선한 여름 저녁의 공기를 모두 호흡하며 시원하게 산책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적어도 두 사람이 있을 때에는 좀처럼 미유키의 얼굴에서 떨어지지 않던 유우키의 시선은 둘을 번갈아 보는 데에 바쁘다. 그는 흥미로운 얼굴로 카게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 참 그렇게 걷다가 조심스럽게 카게를 향했던 손은 그의 버둥거림으로 인해 저지당했다. 그렇게 가까워 졌던 것도 아닌데 온 몸으로 유우키를 거부했다. 마치 수건을 거절당했을 때처럼, 물론 그것을 미유키가 알지는 못했지만은, 유우키는 뻘쭘하게 내밀어졌던 손을 거두었다. 그것을 물끄러미 보던 미유키가 입을 뗀다.

테츠상이 고양이 좋아하는 줄 몰랐어요.”

? , 그렇군. 아무래도 별로 어울리지 않지?”

. 어울리고 말고가 어디 있어요. 게다가 그렇게 이상하지도 않고. 아니 의외로 어울린다고 해야 하나. 좋아요.”

조금 멋쩍은 얼굴이 되었는데, 미유키의 시원한 웃음 뒤에 유우키의 눈은 조금 크게 뜨였다. 뒤따라 나오던 좋아요.’에 귀가 쫑긋 선 것이다. 오랜만에 듣는 말이기도 했다. 그것이 온전히 자신을 향한 말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아무래도 미유키의 입으로부터 나온 말이었기 때문이다. 해서 유우키의 조금 놀란 듯한 얼굴은 금세, 좋은 안도감이 앉은 얼굴이 되었다. 좋아하고 있지 우리. 물론, 소리를 내지 않고 입술만을 움직인 탓에 미유키는 듣지 못했다. 유우키는 어둠이 짙게 깔려 이제는 보이지 않는 작은 돌들을 밟는 소리를 들으면서 미유키의 느린 걸음에 발을 맞추었다. 냐오 냐오. 카게의 청아한 소리는 그들의 박자에 맞추어 젖어든다.

너는 의외로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은데.”

예 뭐. 별로예요 아까 말했듯이. 말이 안 통하는 애들은 아무래도 조금요.”

카게가 매우 섭섭해 하는 것 같아.”

단호하게 휘어져 올라가있던 유우키의 눈썹이 조금은 수평에 가까워졌다. 그리고 그의 말처럼, 여태까지 얌전하던 고양이의 얼굴이 들린 것이다. 목을 길게 빼고 미유키를 올려다보는 것처럼 고개를 뻗었다가 그것을 다시 가슴팍에 묻는다. 부단히 애정을 뿜어내려 노력하는 것으로 보아 반나절 만에 벌써 미유키에게 정을 붙인 듯 하다. 유우키는 조금 부러운 얼굴이 되었다. 어느 쪽에게 인지는 몰라도.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에이, 설마.”

별로라는 말은, 조금 그렇지 않아?”

완벽하게 팔을 그린 것은 아니지만 매서움이 가라앉고 부드러워진 눈매는 어쩐지 조금, 애닯다. 그래서 두 눈이 휘둥그렇게 뜨였다. 미유키는 그의 말이 자신에게 안겨있는 턱시도의 그가 아닌 바로 유우키 테츠야 본인을 가리킴을 단박에 알았다. 미유키의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아마, 그는 상당한 영향을 받았을 거라고. 그래서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가 씩 웃음지어 보였다.

취소. 카게 나쁘지 않아요. 그리고 테츠상은, 좋아하는 거 알죠?”

많이 양보했다 하는 표정으로 호쾌하게 웃었다. 줄곧 바닥을 보고 있던 유우키의 고개가 그 소리에 맞춰 다시 올라왔다.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어둠을 넘고 미유키의 웃고 있는 얼굴을 향했다. 항상 큰 소리로 웃는 편이어서 마치 그때와 같으리라고 생각했는데 미유키의 얼굴은 평소와는 다르다. 어딘가 어색해 하고, 곤란해 하고, 조금은 쑥스러워 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른 것이다. 사실 마찬가지로 유우키도 늘 다정한 편은 아니다. 좋아한다는 것에 대한 언명은 그에게도 상당히 어려운 문제였기 때문이다. 해서 유우키도 평소와 다르게 조금 뜸을 들이다가, 조금 달리 입을 뗐다.

양말 한 쪽이 없어서 좋아, 카게.”

그걸 언제 또 봤데요.”

유우키의 말처럼 카게는 반짝반짝 매끈해 보이는 검은 턱시도에 한쪽에만 새하얀 양말을 신었다. 오른쪽 발은 미처 양말을 신지 못한 것처럼 새까맸다. 마침 그것이 미유키의 팔을 짚었다. 몽글몽글한 앞발이 얹히자 그게 간지러운 듯 이번에는 정말로, 웃었다. 유우키의 시선은 어둠속에서 여전히 곧다.

미유키 너는.”

다시 한 번 용기 내어 뻗은 손이 가까워지는데도 카게는 얌전하다. 그래서 조금 더, 조금 더 하던 것이 결국에는 닿았다. 유우키가 좋아하는 새까만 그 발에.

그냥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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