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뜻, 꽤나 낯선 사람으로부터의 호의에 사나다는 놀라는 얼굴을 한다. 구면이라 하기는 너무 스치듯 만난 인연이고, 초면이라 하기는 만난 적이 있으니- 사실은 그 어느 쪽에 치우친 것보다도 애매한 사이이다. 그런 아라키로부터의 제안이다. 아라키 감독이 단지 선량한 사람인 것인지 혹은 자신과 엇비슷한 무엇인가를 느낀 것인지 알기 힘들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것이 나쁜 타이밍에 주어진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번뜩 머릿속에서 터졌다. 사나다는 말보다도 먼저 차의 뒷자리 문을 잡아당겼다.

예의 바른 학생들처럼 거절하는 척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까? 감사히 얻어 탈게요.”

사나다군, 잠깐.”

?”

그쪽이 아냐, 그쪽이. 어른이 운전할 때에는 옆 좌석이야. 모르는구나?”

아라키 감독이 다시 웃는 얼굴이 되었다. 그는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오른편으로 톡톡 손짓을 날렸다. ‘이런.’ 그의 가벼운 손짓에 시선을 빼앗긴 사나다가 쯔 하고 혀를 찬다. 그의 손이 스쳤던 중지가 잡아당겨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축축했던 자신의 손과, 차던 아라키 감독의 손이 닿은 직후의 바로 그 느낌인 것이다. 사나다는 갑작스럽게 땀이 차 오른 손바닥을 옷자락에 한번 비비고 나서 차체 뒤 쪽으로 빙 돌았다.

 

*

 

그 나이대의 아이들은 정말 잘 먹네? 왕성해. 그래서 몸집이 상당한 건가.”

하하 웃음소리까지 내면서 턱을 괴고 바라보는 아라키에, 햄버거를 입 앞 까지 가져갔던 사나다의 손이 멈칫 한다. 한껏 벌렸던 입을 얌전히 다물고 나서 두 개째의 햄버거가 너무했나 하는, 조금은 뻘쭘한 표정으로 아라키를 쳐다봤다. 그는, 엄청 괜찮은 그림이니 신경 쓰지 말라는 듯한 얼굴로 마저 먹을 것을 부추겨 올리는 손짓을 한다. 애 취급. 사실 당연한 것이었다. 딱히 기분 나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만남부터 조금씩 밀리고 있다는 생각에 햄버거가 갑자기 돌덩이처럼 무겁게 느껴진다. 그러나 기껏 얻어먹는 것이기에 사나다는 야무지게 크게 한입 물었다. 그가 우물우물 식사중인 것과 상관없이 아라키 감독은 그에게 대답을 요하는 물음을 끊임없이 던진다.

그래서, 신주쿠에는 구장 때문일 테고. 가야 할 곳은 어디?”

코엔지高円寺. 근처에 살아요.”

걷기에는 제법 멀구나. 난 반대방향인데, 누마베沼部.”

사실 내 쪽이 좀 더 멀어, 한참이지? 아라키 감독에 대한 첫 인상이 꽤나 신중했던 것에 비해 지금은 엄청나게 장난꾸러기 같게 느껴지는 것이다. 들고 있던 햄버거를 모두 입에 밀어 넣은 사나다는, ‘그렇군요.’ 따위의 동조 대신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확실히 오늘 만나서부터 지금까지 아라키 감독은, 진중하다기보다는 조금 붕 뜬 느낌이다. 그것은 사나다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바이다. 그는 꽤나 차분한 분석가 타입 인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오늘은 그 이미지와는 엇나가고 있는 중이다. 덕분인지 탓인지 그가 사는 곳 까지 엉겁결에 알게 되었지만은. 물론 그것은 그의 학교 근처일 테다. ‘누마베까지는 삼십분 이상이려나.’ 돌아가는 그가 운전대를 잡은 모습을 상상하며 왼쪽으로 보냈던 시선을 아라키에게서 멈췄다. 다시 봐도 꽤나- 엷은 것 같으면서도 잊기 힘든 인상이다. 그것은 아마도, 나이보다 훨씬 더 젊고 멀끔하게 생긴 탓이다. 사나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떠올렸다는 생각에 마른 입술을 손등으로 훔쳤다. 처음 만났을 때 보다는 한층 나른해진 눈매가 그걸 하나도 놓치지 않고 지켜보고 있다.

하나만 물어봐도 돼? 어때. 괜찮아?”

아까부터 계속 물어보고 있는걸요. 하지만 사나다는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차비를 쥐어주기보다 역까지 데려다 주는 수고를 해줄 것 같은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사실 그가 사나다에게 호기심어린 눈빛을 보내는 것이, 사나다에게는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묘한 느낌을 주고 있는 것이 두 번째 이유다.

내가 메일 주고받을 것 같은 얼굴이니?”

.”

마지막으로 남은 콜라를 쪽 빨아올리던 사나다가 짧게 기침을 토했다. 그대로 눈을 크게 껌뻑이고 나서 고개를 홱 들었다. 명함, 들켰나. 난처함이 뚝뚝 흐르는 얼굴을 감출 길이 없어 손바닥으로 얼굴 반을 가려 막은 사나다와는 다르게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는 아라키는 상당히 웃음기가 남은 얼굴로 사나다를 곧게 쳐다보고 있다. 다행히 볼썽사납게 분출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마실 의욕이 뚝 떨어지게 된 상태의 콜라컵을 손에서 놓았다. ‘상당히 허를 찌르는구만.’ 하지만 그것이 별로 의도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확실히 아라키는, 변명을 덧붙여야 할 상대가 아니다. 불현 듯 대회가 바로 하루 전으로 다가왔다는 것을 생각해낸 사나다가 혓바닥으로 입술을 한번 훔쳤다. 그러니까 어차피 이렇게 된 것.

메일 보내도 돼요?”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사람으로부터의 전송예고를 아라키 감독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역시 ?’하고 놀라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사나다는 미간을 세게 찌푸린 채로 웃었다. 그러나 어른의 행동이란 아직, 사나다의 예측을 한참 벗어나는 것이었다.

문자로 하렴.”

아라키는 이번에도 예상치 못했던 호의를 담아 선뜻 손바닥을 내 보이며 손가락을 까딱까딱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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