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한 사람이네.”

정말로 번호를 알려줄 줄은 몰랐다는 얼굴로 사나다는 고개를 내저었다. 얼떨결에 건넨 휴대폰에 결국 그의 전화번호 열한자리가 찍혔다. 조금은 얼떨떨한 얼굴로 휴대폰을 한 번 쳐다보았다가 몸을 틀어 뒤를 돌아봤다. 그러나 그는 이미 여기에 없다. 사나다를 내려준 후에도 한참이나 턱을 괴고 지켜보던 아라키 감독이 떠난 역사에는, 눅눅한 밤이 짙다.

정보를 조금 얻어가니, 기브 앤 테이크의 느낌으로. 아무래도 학생 정보를 그냥 빼 가기엔 나도 양심 있는 선생이라서 말이야.’ 마치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아라키가 말한 정보라는 것은 사나다의 손에서부터 흘러 나간 것이었다. 잠깐의 스침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그 짧은 사이 꽤나 많은 것을 얻은 듯 한 표정이었다. 직접 닿아 더욱 확실해졌다-하고, 말한 그는 과연 면밀하게 사나다를 훑은 듯 했다. 하지만 사나다는 오히려 미안한 얼굴로 볼을 긁적였다. 사나다 슌페이의 데이터는, 그를 만난 시점에서 이미 무용해 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정보 주워가 봤자 일 텐데.”

반면 그에게 조금 더 신경 쓰이는 것은 다시 한 번의 접촉이었다. 뒤집혀진 아라키 감독의 손바닥 위에 휴대폰을 올릴 때 닿았던 감각은, 새로운 그립을 쥐게 되었을 때와 같이 꽤나 짜릿했다. 요컨대 커터. 무릎과 허벅지로 이미 과부하의 위험이 있기에 구종추가로 인한 몸의 부담이라는 디메리트를 극복하기 위하여 고안해 낸 것이었다. 간혹 그것은 투심과 섞여버리는 탓에, 누군가들의 말처럼 제구가 안 되는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바로 그것이 사나다에 대한 정찰을 무용하게 만들어버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해서 사나다에게는 적에게 전술을 읽혔다는 사실보다 아라키 감독과 또 한 번 닿았다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문제다. 짧은 순간, 전기가 튀어 올랐던 좀 전의 감각이 불현듯 되살아나는 것 같은 느낌에 사나다는 엄지와 중지를 맞대어 문지른다. 중요한 대회를 코앞에 두고 꽤나 골치 아픈 일이 생겨 버렸다. 허나 이로써 그에 대한 마음이 조금 확실해 졌다.

꼭 만나고 싶은데~ 아라키 감독.”

잠시 꺼 두었던 시동을 다시 건 그는 마지막에 어쩌면.’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느물느물하게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이던 아라키 감독이, 단순히 운에 기대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혹은 자만심이라는 기름기가 쏙 빠진 그의 예측인 것 같았다. 무운武運을 바라는 그의 태도는 제법 곧게 자신만만했다.

그 문무양도文武兩道라는 게 진짜로 세이도한테 먹히려나, 하하.”

올라왔으면 하고 바랐던 세이도와 맞서는 아라키 감독의 오우야. 이례적으로 복잡해 진 마음에 사나다는 아라키감독이 내내 그랬던 것처럼 가볍게 팔짱을 끼고 하늘을 베개 삼아 천천히 걸음을 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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