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선수AU (뭔가 덜 쓴것이지만..이어질지는..ㅠ)

사나다 슌페이x아라키 이치로

 

 

 

매끄럽지 않은 호흡이 가까워졌다가 멀어졌다 하는 것을 뒤늦게 눈치 챈, 멀게 내야를 보고 있던 사나다의 시선이 아래로 떨어졌다. 사선으로 야구장 전경을 훑던 사나다의 눈동자가 멈춘 것은 청색 이어폰을 귀에 꽂고 러닝을 하던 아라키와 눈이 맞고 나서다. 평소의 가벼운 표정과는 다르게 꽤나 지친 얼굴로, 흐르는 땀도 닦지 않고 달리던 그가, 자신을 쳐다볼 줄은 몰랐던 것인지 팔짱을 끼고 펜스에 기대어 그라운드 안을 바라보던 사나다의 팔이 삐끗 미끌렸다. 앞으로 쏟아질 뻔 한 몸을 겨우 가누며 안도의 한숨을 내쉴 때, 아라키가 웃었다. 웃을 리가 없는데. 아라키는, 적어도 사나다에게는 웃을 수가 없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전날 9회 말 원 아웃. 막 입단한 신인답지 않게 난공불락의 강렬한 모습을 보여 왔던 사나다 슌페이의 첫 번째 블론세이브는, 역시나, 그의 첫 보크 순간과 함께 찾아왔다. 그것은 아홉수에 걸려 네 경기나 승이 없던 대 선배의 열 번째 승리를 날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아라키의 웃는 얼굴에 전 날의 일이 떠오른다. 팀이 이기기는 했지만. 그 아홉수라는 대단한 마법에 자신이 숟가락을 얹은 것을 생각하니, 밀려오는 뻘쭘함에 푸푸 마른세수를 했다. 그대로 잠시, 눈을 감고 있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는데 그때까지도 아라키는 사나다로부터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게다가 뙤약볕 아래에서 멈춰선 채다. 끝나가는 여름, 이글이글 타는 태양이 엄청난 열을 쏟아내는 그 아래에 서서 고글을 끼고, 허리춤에는 손을 얹어서, 아무 말도 건네지 않고 사나다를 올려다보고 있는 것이다. 푹 젖은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에 맺혀있던 땀방울이 또옥, 인조잔디에 떨어지는 것 까지 지켜보았던 사나다의 혓바닥이 제 입술을 훑었다.

그래도 생각보다는 선방한 것 같구나.”

그리하여 먼저 입을 연 것은 아라키 쪽이다. 아라키 이치로의 경우는, 아마도, 앞으로 많은 해를 사나다와 함께하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오랜 시간 프로에 몸담아왔기에 어제의 일에 개의치 않아 하는 모습이다. 그리하여 소중한 승리를 날렸다는 이유와,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다.’는 이유가 오히려 사나다를 꽤나 압박하고 있다. 그래서 사나다는 농담조의 말에도 신통한 대답을 내놓기 어렵다. 곤란하다는 듯 눈썹을 휘고 하하 웃음소리를 내면서, 볼을 긁적일 뿐이다. 선방 할 거면 조금만 더 버텼으면 좋았을 것을.

나는 첫 등판 때 만루 홈런도 맞아봤거든. 그러니까-.”

그의 말이 완벽하게 맺어질 수 없게 된 것은 내야로부터 날아온 홈런 때문이다. 뒤늦은 배팅연습에 공이 사나다의 머리 위로 넘어가고, 아라키는 그에 하던 말을 멈추었다. 두 사람의 고개가 같이 하늘을 향했다가, 펜스 너머로 사라진 공을 쫓은 것이다. 그리고 넘어가는 듯 젖혔던 사나다의 몸이 그라운드 쪽을 향하고, 다시 눈이 맞았다. 아라키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생각은 없는지 푸 숨을 내뱉으면서 웃었다. 허리에 얹혀있던 오른손이 붕 허공을 가른 다음 팔랑팔랑 움직인다. 해서 사나다의 눈은 그의 얼굴이 아니라 손끝을 맹렬하게 쫓았다. 그는, 물론 멀끔한 외모의 소유자였지만 사나다에게는 그의 손 움직임이, 얼굴보다 더욱 강렬하게 눈길을 끌었다. 항상 그 손은 묘하게 사나다를 홀리곤 했다. 처음 들어온 순간부터, 아니 사실은 그보다도 이전에 사나다는 그것을 알아채고 있었다. 여자 관객의 짧은 치마에도, 하얀 블라우스에도 흥미를 느낀 적이 있지만 아라키의 움직임은 그보다도 강렬하게 사나다의 시선을 죄어왔다. 도통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 곱지도, 매력 있지도 않은 투박한 손일 뿐 인데도 말이다

어렵다면, 내 비법 정도는 가르쳐 줄 수 있어.”

말을 잊은 듯 했던 아라키가 고글을 벗으면서 말을 이었다. 내내 가려있던 눈이 따가운 햇살 때문인지 잔뜩 찌푸려졌다. 그러나 그의 눈매는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벙어리처럼 입을 닫고 있던 사나다가 눈을 껌뻑껌뻑 하면서, 대뜸,

둘이서요?”

라고 할 때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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